국내 가공식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올 들어서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 80~90% 올랐던 밀 옥수수 원당 등은 올 들어 한 달 동안 상승률이 5% 선에 이른다. 설 연휴가 지난 뒤 국내 밀가루값 인상이 불가피하고,작년 말 9.7% 인상됐던 설탕값이 조만간 또 한 차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 밀(소맥)값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부셸당 840.75센트(3월 인도분)에 거래를 마쳐 1월 한 달간 5.8% 올랐다. 2년7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7.4%나 뛰었다.

밀값은 작년 7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를 견디지 못한 러시아가 밀 수출금지 조치를 취한 이후 뜀박질을 시작했다. 이후 밀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 호주 브라질 등에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인 물량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료 전분당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옥수수 가격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가격은 부셸당 659.5센트로 1년 전에 비해 85.0% 올랐다. 올 들어서도 4.8%나 상승했다. 두부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대두도 1년 새 54.6% 상승했으며,라면 생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팜유는 주요 산지인 말레이시아의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 작년 이맘때에 비해 55.8% 비싸졌다.

최근 정부와 업계가 가격 인상폭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설탕 원료인 원당은 30년 만의 최고 가격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원당은 파운드당 33.97센트로 장을 마감,1월 한 달간 5.7% 올랐다. 2009년 1월 평균 가격이 파운드당 12.24센트에 불과했던 원당은 지난해 1월 28.38센트로 급등했다. 작년 5월 14.6센트까지 떨어졌던 원당은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지난달 평균 거래가격이 32.1센트로 뛰었다.

이들 농산물 가격에 직접 연동되는 국내 기초식품 가격도 이미 꿈틀거리고 있다. 제분업체 한 관계자는 "작년 7월 크게 오른 가격대의 밀 원료가 작년 말부터 제품에 투입되기 시작해 가격인상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끝난 뒤 본격적인 가격인상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당업체 관계자도 "작년 말 한 자릿수 인상으로는 지난해 중반 이후 급등하고 있는 원당가격 상승을 따라갈 수 없다"며 "조만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