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이집트 반정부 시위 사태가 11일째로 접어든 4일, 무슬림 형제단 등 시위대는 이날을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일’(Departure Day)로 선포하고 대규모 집회를 재개했다.

지난 이틀 동안 친정부 시위대와 반정부 시위대의 충돌로 적어도 8명이 숨지고 900여 명이 다치는 등 유혈 충돌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이번 시위는 이집트 사태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외신과 현지 취재진 등에 따르면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은 오전 무슬림 기도일 예식을 마친 사람들로 입구까지 가득 메워졌다.시위대는 적어도 수만 명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이집트 군은 오늘 광장 주변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장갑차와 탱크를 배치했다.

무슬림 형제단은 “무바라크가 일단 권좌를 떠난 뒤에야 이집트 정권의 이양 문제에 대한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며, 알 자지라TV는 보도했다.반정부 시위대는 4일을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을 결심해야 할 마지막날로 선언하고 무바라크가 물러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기세를 높이고 있다.야권의 핵심 지도자로 떠오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4일까지 사임할 것을 요구하며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가 열흘째로 접어든 3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물러날 의사가 있지만, 국가적 혼란을 우려해 사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은 3일(현지시각) 국영TV 연설을 통해 사태 수습 방안을 제시했으나 무슬림 형제단은 ”국민들이 정권을 무너뜨렸다“면서 ”불법적인 정권과의 어떠한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며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이집트의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 겸 부총리는 이날 군 병력에 둘러싸인 채 타흐리르 광장을 직접 방문, 무바라크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면서 반정부 시위대에게 자제를 호소했다.탄타위 장관은 최대 야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지도자인 모하메드 바디에를 언급하면서 “그에게 가서 정부 측과 대화에 응하라고 전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무바라크 정권의 우방이었던 미국 측은 익명을 전제로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으며 미국 상원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과도 정부 구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이집트를 압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외교통상부는 4일 이집트 사태와 관련해 현지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1천300여명중 900여명이 철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현재 잔류하고 있는 400여명도 대부분 상황을 봐가며 철수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현일 기자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