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만화가 이현세씨의 '공포의 외인구단'은 한물간 선수들이 모여 프로야구에서 전인미답의 전승 기록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즌 무패 신화에 박지성이 뛰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도전장을 던졌다.

맨유는 5일(한국시간)까지 2010~2011 시즌 15승9무로 24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승점 54로 2위 아스널(15승4무5패,승점 49)을 제치고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29경기 무패 기록이다. 1998~1999 시즌 '트레블(정규리그,FA컵,UEFA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 달성 때 수립한 최다 무패 기록과 타이다. 선두권에서 맨유와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아스널,맨체스터시티,첼시 등이 모두 5패 이상을 안고 있는 상황이어서 맨유의 무패 행진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사상 세 번째 시즌 무패 도전

'축구의 종가' 영국에서 시즌 무패 기록은 두 차례밖에 없다. 1888~1889 시즌 프레스톤 노스 엔드FC가 18승4무로 첫 시즌 무패를 달성했다. 당시 이 팀은 영국 축구사상 최초로 정규리그와 FA컵에서 동시에 우승했다. 이후 새로운 무패 팀이 탄생하기까지는 무려 114년을 기다려야 했다. 아스널이 2003~2004 시즌에 26승12무로 무패 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그러나 아스널은 FA컵 준결승전에서 패해 동반 우승에는 실패했다.

맨유는 현재 FA컵에서도 2연승을 거두며 16강전에 진출했고 UEFA(유럽축구연맹)컵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승1무로 16강에 올랐다.

프로 스포츠에서 무패 우승은 1972년 미식축구의 마이애미 돌핀스가 달성한 바 있다. 돌핀스는 정규리그 14연승을 비롯해 플레이오프 2경기와 결승전 슈퍼볼까지 휩쓸어 '퍼펙트 우승'을 달성했다. 팀당 16경기로 늘어난 이후 2007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정규리그 전승을 거뒀다. 이어 두 차례의 플레이오프에서 이겼으나 슈퍼볼에서 뉴욕 자이언츠에 패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맨유의 무패 행진은 미국 프로농구에서 LA 레이커스가 1971~1972 시즌에 달성한 33연승에 견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 인기 구단

경제주간지 포브스의 평가에 따르면 맨유의 팀 가치는 18억4000만달러로 세계 1위다. 미식축구 댈러스 카우보이스(16억5000만달러)와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16억달러)보다 비싸다. 맨유는 전 세계에 3억3900만명의 팬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억3900만명이 '골수팬'이다. 아시아에도 8000만명의 팬이 있다. 맨유 경기는 세계 1억9200만가구가 시청한다.

한 달 평균 2000만명이 맨유의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페이스북 팔로어는 850만명에 달한다. 맨유 홈 경기장인 올드트래포드와 팀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도 매년 30만명이다. 맨유를 취재하는 기자도 선수들과 인터뷰하려면 최소한 3~4주 전에 신청해야 한다.

인기는 곧 돈으로 연결된다. 맨유는 유니폼에 이름을 새겨주는 대가로 미국의 보험사 에이온(Aon)으로부터 연 3400만달러를 받는다. 나이키와는 4억7000만달러에 장기 계약을 맺고 있으며 판매이익도 나눠 갖는다. 맨유가 2009~2010 시즌에 기업들로부터 끌어모은 돈만 8000만파운드(1430억원)였다.

그러나 팀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의 갑부 글레이저 가문이 2005년 은행 빚을 내 맨유를 인수하면서 7억5000만파운드(1조3450억원)의 빚을 떠안았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글레이저 가문의 빚이 현재는 11억파운드(1조9700억원)로 불어났다.

◆부진한 원정경기 · 라이벌 도전 변수

아직 시즌의 3분의 1이 남은 상태이기 때문에 맨유의 전승 행진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맨유는 홈에서는 12승1무로 압도적이지만 원정 경기 성적은 3승8무로 신통치 않다. 지난달 말 블랙풀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72분까지 0-2로 끌려가다 막판 대역전극을 펼쳐 간신히 3-2로 이겼다. 게다가 라이벌이자 디펜딩 챔피언 첼시가 맨유의 무패 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역대 최대 이적료인 5000만파운드(896억원)를 지급하고 리버풀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를 영입했다.

맨유의 무패 행진에는 19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활약이 컸다는 분석이다. 베르바토프는 2008년 입단 이후 연약해 보이는 체형에다 창백한 외모,V자로 갈라진 이마 등으로 인해 팬들로부터 외면당했다. 베르바토프는 이번 시즌 한 경기 5득점,해트트릭 2회의 맹활약을 펼치며 맨유의 수호신으로 떠올랐다. 아시안컵에서 복귀한 박지성도 시즌 무패 신화에 얼마나 힘을 보탤지 국내외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