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소속 27개국 정상 중 유일하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만 지난달 25일부터 지속된 반정부 시위로 인해 퇴진 위기에 몰린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편들기에 나섰다.

독일 dpa통신은 베를루스코니가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무바라크에 대한 즉각적인 사임 요구가 있지만 9월에 예정된 대선까지 권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내가 아는 가장 현명한 중동 사람 중 하나인 무바라크 대통령이 9월 대선까지 권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집트가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을 주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의 무바라크 편들기는 최근 자신의 성추문 사건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는 미성년 성매매 추문의 상대자인 카리마 엘 마루그(일명 루비)가 지난해 소매치기 혐의로 밀라노에서 붙잡혔을 때 경찰에 전화를 걸어 루비가 무바라크의 친척이라며 석방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추문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자신의 입장을 변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