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이집트 정부와 야권 단체들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으로 정식 회의를 열고 개헌위원회 구성에 합의하는 등 정치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2주째 계속된 이집트 사태가 소강국면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이집트 국영 알아라비아TV에 따르면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은 이날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야권 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협상에서 사법부 인사들과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개헌위원회를 구성,다음달 첫째 주까지 개헌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집트 사태 연착륙 성공하나


국가적 위기 사태를 수습하고 정치개혁 일정을 마련하기 위해 술레이만 부통령의 제안으로 마련된 이번 협상에는 무슬림형제단 외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지지하는 청년그룹,소수 좌파 그룹,자유주의단체 등 다양한 야권 단체들이 대거 참가했다.

양측은 새 헌법에 대통령의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고,야당 후보들의 대선 출마를 사실상 가로막았던 기존 조항들을 폐지해 많은 인사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기로 뜻을 모았다.특히 이번 협상에서는 지난 30년간 이집트 전역에 내려졌던 비상계엄법도 폐지하기로 합의됐다.이집트 정부는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계기로 발령한 비상계엄법을 통해 그간 보안사건 피의자를 영장 없이 구금하고,민간인을 군사재판에 회부하는 등 야권 단체들을 탄압해 왔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에게 보복하지 않으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의 문자서비스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그는 사법기관을 통해 부패 척결 활동을 강화하고,적발된 부패 사범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술레이만 부통령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권한을 인수해달라는 야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 1일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는 9월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되 중도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엘바라데를 비롯한 일부 야권 세력은 여전히 ‘선(先) 무바라크 퇴진’을 주장하고 있어 정부와 야권의 대화가 순탄치만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튀니지에선 또 다시 시위 격화

아랍권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킨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AFP통신은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이 축출된 지 3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며 “전날 튀니지 남부의 케빌 타운에서 발생한 시위에서 보안군의 최루탄통에 머리를 맞은 젊은이 1명이 이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 튀니지 북서부 지역인 케프타운에서도 정부군과 시위대의 충돌로 4명이 숨진 바 있다.시위대는 과도정부에 포함된 구정권 인물들을 내쫓으라고 촉구했고,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4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최소 17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가 또 다시 격화되면서 과도정부는 6일 내무장관 명의로 벤 알리 전 대통령이 이끌던 집권여당이던 입헌민주연합(RCD)의 활동을 전면 금지했다.파흐라트 라즈히 내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RCD의 모든 정치활동을 중단시키고 해산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그는 “국가의 이익을 지키고 법 위반도 피하기 위해 RCD의 모든 활동을 중지시키고 당원들의 회의 및 집회를 금지하며 당에 속하거나 운영되는 사무실을 폐쇄키로 했다”고 말했다.

라즈히 내무장관은 시위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극도로 긴급한 상황으로 인해 이 같은 긴급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