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4~5일, 길게는 9일간의 설 연휴가 끝났다. 길었던 만큼 설 연휴 후유증도 크다. 특히 명절만 지나면 며느리들의 연휴 증후군은 여김없이 반복된다. 연휴 내내 강도 높은 가사노동에 시달리면서 설날 전후 받은 스트레스로 육체적, 신체적 피로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연휴 직전 이집트 사태가 불거지면서 설 연휴 동안 글로벌 증시에 대한 우려감이 커졌었다. 그러나 다행히 글로벌 증시는 이집트 악재를 털어내면서 미국의 경기회복과 기업실적 호전 모멘텀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주 내내 상승세를 이어가며 1만2000선을 돌파했다. 일본은 2.62% 뛰어올랐고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증시도 대부분 1~2% 가량 상승했다.

설 연휴 기간에 일어난 글로벌 증시 상승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코스피지수는 7일 오전 2100선을 다시 회복하고 있다.

지난 27일 이후 4거래일만에 외국인이 다시 매수에 나서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외국인은 이날 오전 현재 500억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주 초반 강세가 후반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일 옵션만기일과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누적된 상승 피로감과 춘절 이후 중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이집트 사태의 장기화 등도 여전히 증시를 압박하는 변수다.

권혁준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목요일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주 중반 탄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4% 넘게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휴 기간 크게 오른 국제 상품 가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역시 국내 증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라며 "춘절 이후 중국의 긴축 가능성과 금리인상 가능성이 큰 금요일 금통위를 앞둔 시점에서 옵션만기 부담까지 겹쳐 주 후반 코스피 흐름은 장세에 유리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매매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이 상승세 지속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로서는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신흥국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경기 모멘텀을 바탕으로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의 강도 높은 매수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은 주 후반으로 갈수록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설 연휴 기간 신흥국 펀드에서 자금이 큰 폭으로 빠져나갔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증가한 점 등을 미뤄 볼때 국내 증시에서도 일정 수준 외국인 매물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억제 국가(금리인상 국가)에서 디플레이션 탈출 국가(저금리 유지국가)로 이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달 중순을 정점으로 시작된 외국인의 순매도 기조는 금리인상 이후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아직까지는 매수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차하면 올해 외국인 누적 매매 규모는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돌아설 분위기다. 코스피지수는 글로벌 증시 훈풍에 힘입어 단숨에 2100선을 회복하고 있지만 급한게 먹은 음식은 체하게 마련이다.

음력으로는 새해가 이제 막 시작됐다. 주식 투자자들도 지금부터 다시 국내외 변수를 재점검해 볼 시점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