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준비를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이 은퇴한 후 매월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한지，은퇴 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객관적으로 수치화해봐야 한다. 이것이 노후 준비의 시작이다.

◆은퇴자금 얼마나 필요한가

우선 앞으로 살아가는 데 평생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계산해봐야 한다. 현재 자신은 40세,부인은 38세,아들 12세,딸 10세,앞으로 85세까지 45년 동안 산다고 가정하자.월 생활비는 현재 가치로 40세부터 55세까지는 300만원,56세부터 70세까지는 200만원,71세부터 85세까지는 100만원,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결혼 비용은 아들은 5000만원,딸은 3000만원 정도 가정해 본다. 연 평균 물가상승률은 3%로 잡았다.

간단하게 계산기(엑셀)로 계산할 수 있다. 먼저 40세에 월 생활비가 300만원이면 1년 동안 3600만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41세부터 55세까지 매년 3600만원이 들어가고 56세부터는 2400만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녀 대학이나 결혼은 해당 연령에 그만큼의 자금 수요가 발생한다. 이런 금액을 단순하게 더하면 대략 13억원 정도의 금액이 나온다.

여기에서 필요한 금액을 제대로 계산하려면 물가 상승에 따른 돈의 가치 하락,즉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금액을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 40세에 가지고 있는 100만원과 앞으로 10년 후 50세에 100만원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이를 고려한 단순 계산은 매년 물가상승률(3% 가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40세의 3600만원은 41세에는 3600만원에 1.03을 곱한 금액이 되는 식이다. 이렇게 물가상승률을 매년 반영하면 필요한 돈은 모두 37억원 정도가 된다. 숫자만 들어도 엄청난 돈이다. 필요한 돈을 수치화해 보면 10원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은퇴자금 마련은 어떻게

지금까지는 1단계로 향후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알아본 것이라고 하면 다음 단계로 이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 이런 과정은 개인이 계산하기에는 좀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재무설계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아래의 표를 가지고 예를 들면 본인이 41세,은퇴는 55세에 하고 부인은 38세,자녀는 14세와 5세 두 명,수명은 85세,은퇴 시점에 필요한 월 생활비는 350만원(현재 가치),자녀 대학 교육비는 각각 5000만원,결혼 자금은 각각 1억원으로 가정해 본다. 연 평균 물가상승률은 4%로 잡자.

이를 가정해서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55세 은퇴 시점에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예컨대 은행에 안전하게 예금을 해서 연 4%의 이자로 운용한다고 가정하면 지금 16억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16억원을 계속해서 4% 금리로 운용하면 앞서 언급한 가정대로 은퇴 이후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투자를 잘 해서 수익률을 10%로 유지할 수 있다고 하면 지금 4억원만 있으면 된다.

지금부터 얼마를 저축해야 하는가 확인해 보면 연 4% 금리 운용을 기준으로 매월 1270만원을 은퇴하는 시점까지 저축해야 하고 10%로 운영하면 매월 478만원을 저축해야 은퇴 시점에 앞서 말한 대로 살 수 있다.

이런 가정이 사치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은퇴하는 시점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부터 은퇴할 때까지 재무설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떤 전문가도 자신을 대신해 줄 사람은 없다. 은퇴 이후 노년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그 출발은 자신을 객관화하는 일,다시 말해 자신에 대해 수치화해서 노년의 은퇴 자금을 자세히 계산해 보는 것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팀장 alex.park@woori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