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은 그간 몇 차례 바뀌었다. 대선 후보시절 전면적 개헌을 주장했다가 대통령이 된 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을 들고 나왔고 지난 1일 방송좌담회에서 다시 종합적인 개헌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주자 합동토론회에서 "4년 중임 정 · 부통령제,의원내각제,이원집정부제에 대한 논의를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시작해 임기 초 확정하겠다"고 했다. 앞서 같은 해 3월엔 "기왕에 개헌을 하려면 권력구조뿐 아니라 인권,남녀평등 등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내용을 종합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력구조 개편을 넘어 기본권 조항은 물론 남북관계,기후변화 등 미래의 현안까지 포함해 개헌하자는 게 후보 시절의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2009년 9월 언론 인터뷰에서 행정구역 및 권력구조 개편에 국한한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2월 취임 2주년을 맞았을 때도 이러한 제한적 개헌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다가 지난번 방송좌담회에선 "디지털,스마트 시대에 맞게 남녀동등권 문제와 기후변화,남북관계에 대한 헌법을 손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권력구조 개편을 넘어선 전반적인 헌법 손질 쪽으로 '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은 21세기 미래에 걸맞은 개헌을 하자는 것"이라며 "'원 포인트'를 언급한 것은 실현 가능한 방안부터 찾아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지 않고 정치권에 맡긴 것은 여러 부담 때문이다. 특히 개헌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앞장섰다가 실패하면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한다. 임기 후반기 4대강 사업과 공정사회 실현 등 주요 국정과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개헌에 대해 뒷짐만 질 수도 없다. 자칫 정국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