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그립' 화제
파워 향상…컨트롤은 떨어져
미국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은 악천후로 경기가 지연되는 바람에 8일 우승자를 가리게 됐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파71)에서 7일 치러진 4라운드에서 마크 윌슨(37)은 12번홀까지 18언더파로 단독 1위로 나섰다. 1~3라운드 선두 토미 게이니(이상 미국)는 윌슨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다. 양용은(39)은 15번홀까지 14언더파로 공동 9위이고,위창수(39 · 테일러메이드)는 합계 9언더파 275타의 30위권으로 대회를 마쳤다.
이 대회에서는 '루키' 게이니의 그립이 관심을 끌었다. 그는 프로골퍼로는 보기 드문 '베이스볼 그립'을 한다. 야구방망이를 쥘 때와 모양이 비슷하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에게 처음 클럽을 건네면 십중팔구 이렇게 열 손가락 전체로 잡는다. 그래서 '텐 핑거 그립'이라고도 한다.
게이니는 어릴 때 야구를 했다. 당시 방망이를 쥐던 습관이 몸에 배 골프선수가 되고도 이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 왼손 엄지는 샤프트 정면에 올려놓지만 그는 엄지를 아래로 내려 어린이가 막대기를 잡듯 그립한다. 오른손은 오른쪽으로 30도 정도 돌려 야구하는 식으로 잡는다. 열 손가락 전체로 쥐고 '스트롱 그립'까지 하다 보니 파워가 엄청나다. 그의 올해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300.4야드로 이 부문 랭킹 13위다.
미국 골프채널 해설가 프랭크 노빌로는 "열 손가락으로 편안하게 쥐고 강한 그립을 취하는 것이 게이니의 파워 원천"이라고 분석한다.
베이스볼 그립은 손이 작거나 손힘이 약한 사람,여자나 어린이,관절염이 있는 골퍼에게 권장된다. 열 손가락으로 쥐어 파워를 더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된 손의 힘이 더 강하므로 슬라이스를 내는 골퍼들이 시도해 볼 만하다. 단,두 손이 엇박자를 내면 컨트롤이 떨어질 수 있다. 유러피언투어에서 7승을 거둔 로난 래퍼티(47 · 북아일랜드)도 이 그립을 택했다.
클럽을 쥐는 방법으로는 손가락 위치와 결합도에 따라 베이스볼 외에 오버래핑 · 인터로킹 그립이 있다.
오버래핑 그립은 골퍼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오른손 새끼손가락(소지)을 왼손 인지와 중지 사이나 인지 위에 걸치는 것이다. 브리티시오픈 최다승(6승) 보유자인 해리 바든이 애용해 '바든 그립'으로도 불린다. 왼손 세 손가락(중지 약지 소지)이 샤프트에 닿아 클럽 컨트롤이 좋고 안정적이다. 반면 손이 작은 사람들은 가끔 두 손의 결합이 풀어지는 단점도 있다.
오른손 소지를 왼손 집게손가락(인지)에 엇거는 인터로킹 그립은 결합력이 좋아 손이 작은 사람이나 악력이 약한 골퍼들에게 유리하다. 타이거 우즈,잭 니클로스 등이 이 그립을 한다. 왼손 인지에 힘이 걸리지 않아 파워가 손실될 수 있다는 것과 손목 동작을 조장해 훅을 낼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