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 현장을 가다] 한국고벨, 크레인 전력 30% 절감 기술 2년 내 상용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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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개발ㆍ회로설계만 남아…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
크레인은 조선,철강 등 중공업 부문에서는 필수적인 공정장비다. 산업현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하역하는 데 두루 쓰이며 전 세계 시장 규모는 4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의외로 취약하다. 1970년대 초 일본에서 기술이 전수됐지만 여전히 유럽,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있다. 한동안 빠르게 성장하던 국내 크레인 산업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정체됐고 2000년대에는 경쟁심화로 기술투자가 주춤해졌다.
한국 크레인 산업이 다시 역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회사가 한국고벨(대표 장호성)이다. 한국고벨이 개발 중인 회심의 무기는 차세대 크레인인 NGL크레인이다. 이 크레인은 회생전력을 극대화한 호이스트를 사용한다. 호이스트는 크레인 축에 부착된 채 스스로 이동하며 물건을 들어올리고 내리는 기계장비로 사실상 크레인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장치다.
NGL크레인의 호이스트는 크레인의 하역 작업에서 발생하는 역전류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재사용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전력을 기존 크레인 대비 30%가량 절감할 수 있어 향후 크레인은 모두 이 회생전력 기술을 채택한 제품들이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고벨 외에 독일과 일본 등 세계적 강자들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개발에 나섰다. 40조원 시장의 차세대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누가 가장 빨리,가장 효율적인 제품을 내놓는가가 관건이다.
한국고벨은 2009년 우수제조기술센터(ATC)로 지정돼 개발에 착수했으며 지난달 말 기술 검증과 안전 검사를 통과하는 등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장호성 대표는 "디자인 개발과 회로설계만 남은 상태"라며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년 안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고벨은 1985년 설립됐으며 전 세계 30여개국에 크레인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00억원,영업이익은 50억원을 올렸다. 장 대표는 2003년 지인의 회사를 인수하며 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크레인 업계는 중국산 저가부품들로 인해 가격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지만 장 대표는 매년 매출의 7%가량을 연구 · 개발(R&D)에 투입하며 고부가가치 호이스트 개발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2005년 DB크레인,2006년 LS크레인을 잇달아 개발했다. LS크레인은 호이스트의 각종 부품을 모듈화해 중량과 크기를 기존 제품보다 40% 줄인 제품이다. 크레인에 매달린 호이스트 무게가 줄면서 전체 크레인 무게와 부피가 감소하고 공장에서 크레인이 차지하는 공간도 줄게 됐다. 호이스트 무게 감소가 공장 건축비 절감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한국고벨은 지난해 이 제품을 통해 가장 뚫기 어렵다는 유럽시장에 수출을 시작했다.
장 대표는 "NGL크레인까지 상용화되면 향후 세계시장에서의 위상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5년 안에 연매출 5000억원,영업이익 5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