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마치고 첫 개장한 7일 코스피지수가 장 초반의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하자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를 끌어 올릴 만한 에너지가 부족해 당분간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운선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싼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이머징 시장으로 흘러 들어온 캐리 자금이 최근 유출되고 있는 것은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이날 50억원 내외의 소폭 순매수를 보였으나 지난달 중순 이후 대체로 '팔자'에 나서고 있다.

최 연구원은 "그간 이머징 증시의 상승 랠리를 주도한 외국인은 캐리 자금을 많이 활용했는데, 이 자금이 인플레이션이란 변수를 만나면서 흔들리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원자재 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져 기업의 이익을 훼손하고 소비를 감소시킬 것이란 우려가 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근본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공급 면에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확신이 없으면 해소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당분간 매도, 혹은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의 이탈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지는 않으나 중국의 긴축 이슈와 우리나라의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확인하기 이전에 순매수로 반전되긴 힘들 것"이라며 "장중 2100선을 잠시 뚫었다고 시장 상황이 긍정적이라 말하긴 힘들다"고 했다.

최 연구원은 다만 "외국인이 이머징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으나 대만과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IT(정보기술)와 순수 화학회사, 정유 업종은 좋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가 하락 반전할 기미가 없기 때문에 정유ㆍ화학 등 원자재 종목이 유망하고, IT의 경우 북미, 유럽 등 선진 시장의 수요가 살아날 조짐이 있어 긍정적이란 얘기다.

그는 또 "순환매 장에서 은행주가 부각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며 "여기에 더해 금리 상승에 따른 수혜주로 보험, 증권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박 연구원은 "순환매 장을 개인 투자자가 따라가긴 대단히 어렵다"면서 "주도주를 쫓아 추격 매수하기 보다는 차라리 한 템포 쉬는 게 더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