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시푸드 쇼'.값 싸고 물 좋은 어패류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박람회에 참가한 백혜성 이마트 바이어는 유난히 동양인 바이어들이 몰려있는 부스를 발견했다. '미국 메릴랜드산(産) 블루크랩'이란 간판이 붙은 이 부스에는 우리나라의 꽃게와 비슷하게 생긴 게들이 빨간 알을 품은 채 일렬로 진열돼 있었다.

생긴 것만 비슷한 게 아니었다. 현장에서 맛 본 '블루크랩 찜 요리'는 한국의 꽃게찜과 맛이 비슷했다. 이미 우리 교포들이 많이 사는 미국 LA 등지에선 '블루크랩으로 꽃게탕뿐만 아니라 간장게장까지 담가먹는다'는 얘기도 들었던 터.백 바이어는 곧바로 메릴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곤 국내에 꽃게의 '씨가 마르는' 겨울시즌에 맞춰 100t가량을 사들였다.

이마트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해외 직소싱을 통해 메릴랜드 블루크랩을 최근 선보였다. 한마리에 150g이 넘는 암컷으로,모두 빨간 알을 품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현지 경매장에서 사들이자마자 영하 30도 이하로 냉동 보관한 덕분에 최고 수준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이마트 측은 설명했다. 가격은 100g에 1280원으로,국산 냉동 암꽃게(2000원대)에 비해 40% 정도 저렴하다. 백 바이어는 "국내에선 알을 품은 암게를 최고로 치지만 미국에선 암게나 수게나 가격이 똑같다"며 "덕분에 알을 품은 암게를 저렴한 가격에 들여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블루크랩을 단순히 고객들에게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직접 간장게장을 담가 간편가정식(HMR) 형태로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인천의 유명 간장게장 전문점인 '소담' 주방장이 이마트 게시판에 '이마트에서 구매한 블루크랩으로 간장게장을 담갔는데 국내산 꽃게보다 맛이 더 좋더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