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의 선진국 유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펀드의 자금도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 증시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우려에 시달리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선진국 펀드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7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주식형 펀드에서 8073억원이 순유출된 가운데 미국(483억원)과 유럽(768억원)에 투자하는 펀드는 신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동안 유럽(-2886억원),미국(-20억원)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으나 올 들어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이 같은 자금 유입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가 경기 회복세 덕분에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다우존수 산업평균지수는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4.44% 올랐으며,범유럽지수인 유로스탁스50지수도 7.53% 상승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잠잠해진 데다 미국도 경제지표가 2007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글로벌 펀드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도 기대수익률은 크지 않지만 국내 주식형과 병행해 선진국 펀드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지난해 1조2662억원을 끌어모으며 인기를 모았던 중국 본토 A주 펀드는 올 들어 21억원 순유출로 돌아섰다. 홍콩 H주펀드에서는 2899억원이 빠져나갔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올 들어 지난 1일까지 0.32% 하락한 데다 인플레이션으로 긴축 우려가 가중되면서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는 올 들어 2.52% 상승한 가운데 신흥국지수는 중국 인도 등 주요국 증시의 부진으로 2.91% 하락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불안으로 신흥 시장이 당분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실망한 투자자들의 환매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중국 본토펀드는 판매 한도가 있어 신규자금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탓에 자금 유출이 도드라져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