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돈만 있으면 은퇴설계 끝?…경제활동 하며 건강 지키는 게 최고의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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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외에 필요한 것
대기업 마케팅 임원 출신인 김노후씨(66)는 퇴직 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관련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전 직장에 비하면 임금은 턱없이 적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재산으로 자녀들 결혼까지 시켜 놓은 터.김씨는 은퇴 후를 계획하면서 금전적인 문제보다는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좋아하는 골프나 즐기면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까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선배들이 점차 사회에서 멀어지면서 건강까지 잃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퇴직 전 경험 살려 경제활동 지속하라
대기업 임원 출신이라고 모두 재취업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일단 휴식을 좀 취하자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다시 취업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흘러버리는 경우도 있고 다행히 퇴직 후 바로 새 출발을 하더라도 선택한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등의 이유로 실패로 끝나는 사례도 많다. 김씨가 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한 건 퇴직 전부터 은퇴 후 무슨 일을 할지 미리미리 준비한 덕분이었다. 특히 본인이 직장 생활을 통해 습득한 업무지식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
덕분에 김씨는 퇴직 후 벌써 1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요즘에도 매월 2~3회 지방출장을 간다. 컨설팅 대상 업체가 마케팅 활동에서 겪는 애로사항이나 문제점을 찾아내 조언을 하는 게 주요 업무다. 이제는 제법 네트워크도 생겨 고객사들로부터 취합한 각종 통계 자료나 성공 사례를 다른 고객사 프로젝트에서 활용하기도 한다. 고객사들의 만족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썩히지 않아 결과적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것 같은 기분도 여간 흐뭇한 게 아니다.
김씨는 자신이 체득한 경험을 은퇴를 앞둔 후배들에게 전파하고 싶다. 첫째 퇴직 후에도 평생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는 것.그는 "퇴직 전부터 퇴직 후에 할 일을 미리 준비하되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칫 한 가지 선택에 '올인'했다가 애써 모아둔 노후 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노후에 하는 일이니 만큼 체력보다는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일이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일회성보다는 꾸준히 할 일을 찾아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춰나가야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 관리는 최고의 재테크
김씨가 전하는 두 번째 경험은 건강하지 않으면 은퇴 후에 아무리 좋은 일을 계획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적당한 운동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좋다. 은퇴 전 골프광이었던 김씨는 요즘에도 친구들과 종종 골프를 즐기며 건강을 챙긴다. 골프가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울 경우에는 등산을 즐겨도 좋다. 그는 최근 탁구처럼 저렴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도 새로 배우고 있다. 그는 "주말에 이웃들과 점심내기 게임을 하면 부담도 적으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건강은 본인은 물론 가족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따라서 항상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술 담배를 줄이고 하루 30분씩 1주일에 4회 이상 운동을 하며 7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 등이다. 화분을 가꾸는 등의 취미생활도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이 같은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습관은 보험의 필요성을 줄여 은퇴 후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사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퇴직 후에는 돈을 불리기보다 지키고 나누고 베푸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먼저 은퇴자금으로 준비한 돈을 어떻게 지킬지 미리 준비하자.특히 제2의 취업을 통해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 은퇴자금을 지키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안정적인 투자자산 비중을 늘리는 게 좋다.
또 은퇴 전 투자에 관심이 많아 소득을 늘리던 때에는 금융 전문가들을 통해 자문이나 상품 제안을 받았을 것이다. 퇴직 전의 이런 관계를 퇴직 후에도 발전시켜 평생 동반자로 삼는다면 그 전문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다.
◆기부,사회봉사로 삶의 활력소 찾아야
조금 더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의미 있는 일에 돈을 소비하는 것도 퇴직 이후의 인생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선진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기부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큰 액수가 아니어도 나의 돈을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사회 곳곳에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부행위는 받는 사람보다 오히려 베푸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고 강조한다. 기부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의 기부로 은퇴 생활에 적지 않은 활력소가 된다. 은퇴한 의사의 무료 의료봉사 활동 등이 좋은 사례다. 영어에 유창한 김씨는 고궁에서 통역 가이드 봉사를 한다. 그는 △자원봉사는 일상생활에 신선한 자극이 되고 △봉사활동을 통해 새로운 친교나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며 △봉사를 통해 습득한 기술이나 경험이 새로운 출발점이나 전환점이 될 수 있고 △우울증 등 심리적 고충에서 벗어나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을 봉사활동의 장점으로 꼽았다.
요즘엔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열기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들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희망제작소가 대한생명과 손잡고 문을 연 '행복설계 아카데미'다. 퇴직자들에게 민간 비영리기관(NPO)을 소개해 공익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교보생명은 55세 이상 은퇴자들에게 숲해설가라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 참여를 돕는 '다솜이 숲 해설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숲해설가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평균 1주일에 3일,하루 6시간씩 생태수업을 진행한다. 한 달 보수는 평균 60만원 정도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견기업 출신을 위한 재취업 통합정보망(www.careerjob.or.kr)을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다.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에서는 귀농 준비에서 정착 단계까지 필요한 정보를 한번에 얻을 수 있다. 이 밖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소상공인지원센터나 여성능력개발원 등에서도 재취업 정보 ·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다.
강원경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 센터장 wkkang@hana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