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을 비롯한 경제5단체 및 업종별 단체들이 어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 여부를 2015년 이후에 다시 논의하자고 정부에 건의했다. 때마침 이명박 대통령도 같은 날 방송된 라디오 연설에서 "산업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적절한 시점에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유연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시기 조정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9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배출권 거래제 도입 관계장관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두고볼 일이지만 산업계에 미칠 영향과 국제적인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산업계 의견을 정부가 적극 수용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외면해선 안될 것은 배출권 거래제가 예정대로 2013년부터 시행될 경우 당장 국내 제조업이 어떤 형태로든 원가상승 압박으로 인해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먼저 가야 한다는 말도 했지만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국제적 추세이고 보면 우리로서는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2012년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 에너지 목표관리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측정 · 보고 · 검증시스템부터 확립하는 게 우선이고, 그런 연후에 배출권 거래제 도입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결코 늦지 않다고 본다.

온실가스 배출이 전적으로 기업의 탓이라고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자꾸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결코 능사는 아니다. 가정을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저탄소 사회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 더 우선이고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