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오늘부터 사흘 동안 개헌 의총을 연다. 다급한 민생 현안이 쌓인 이 시점에 여당이 개헌 논의의 드라이브를 걸어 정치권의 갈등,국민 혼란을 부추긴다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하지만 개헌이야말로 국가 미래를 위한 해묵은 과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방송좌담회에서도 밝혔듯 개헌이 늦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동안 국회 차원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진 만큼 여야 정치권과 국민 합의가 이뤄진다면 안될 것도 없다.

우리는 개헌의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1988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그동안의 사회환경 변화와 시대정신에 전혀 맞지 않는다. 국제화와 경제구조 다원화,국민 기본권 신장,통일시대 대비 필요성 등에 따른 헌법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많았던 배경이다. 특히 '5년 단임 대통령제'가 갖는 불합리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헌법은 나라의 대표적 규범으로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등의 모든 구조와 상호관계를 규정하는 틀이다. 개헌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전제가 충족된다면 빨리 개헌을 하는 것이 좋다. 이번 한나라당의 의총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기왕에 개헌문제를 논의한다면 한나라당은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해 제대로 된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개헌논의의 핵심은 결국 권력구조 개편이다. 지금의 '5년 단임제' 대통령 구조는 새 정권 출범 때마다 이전 정권과의 단절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고 임기 후반의 레임덕에 빠지는 악순환만 거듭해왔다. 그런 권력구조가 국정을 얼마나 후퇴시켰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국정의 안정성과 연속성 · 신뢰성 유지,중장기 국가전략과제의 일관된 실천을 위한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4년 중임 대통령제'와,지역 · 계층 ·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한 부통령제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권력구조 개편이 개헌의 본질은 아니다. 개헌은 현행 헌법의 모든 문제를 개선하고,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국민과 사회통합을 이뤄나가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행정구역 개편,선거제도 혁신 등 정치 선진화를 위한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안보 방향 정립,국가 정체성 강화,시장경제의 확산,국제경쟁력 강화,국민통합 등을 위한 헌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문제는 지금 개헌의 동력이 없다는 점이다. 한나라당내 친박계의 개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개헌 논의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한다. 개헌의 전제는 여당부터 의견을 합치고 야당이 동의하면서 국민이 공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개정은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헌법개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을 바꾸는 절차에서 국민적 합의를 그만큼 중시한 까닭이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부터 심도있게 논의하고 분명한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