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열 회장 직무 대행의 투표권 행사 여부가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류 대행이 자신에게 법적으로 부여된 투표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신한금융 특별위원회 위원 중 중립 성향의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본부장이 류 대행 손을 들어주면 류 대행이 신한금융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아기니에 본부장을 제외하면 특위 위원 9명 중 류 대행 지지파와 다른 유력 후보인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지지파가 각각 4명으로 첨예하게 갈려 있기 때문이다.


◆류시열 "법적인 절차에 따르겠다"

류 대행은 7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 법적으로 절차가 정해져 있는데 이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인 류 대행은 회장 선출을 위한 투표권을 가진 9명의 특위 위원 중 한 명이어서 최근 그의 투표권 행사 여부가 논란이 됐다. 류 대행은 "차기 회장 자리에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법적,제도적 절차가 있는데 (투표권 행사 여부가) 논란이 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특위는 최근 류 대행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법한지에 대해 법무법인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며,법무법인은 "임면에 대한 사항에서는 본인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한 관계자는 그러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규정에는 추천위원 본인이 사외이사로 추천되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상식적으로 류 대행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캐스팅보트는 BNP파리바에

류 대행이 자신의 투표권 행사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된 캐스팅보트는 BNP파리바의 아기니에 본부장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특위 위원은 류 대행과 8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정행남,김요구,히라카와 요지,김휘묵 이사 등 4명의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은 모두 한 이사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성빈 이사회 의장(서강대 교수),윤계섭 특위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김병일 사외이사(전 기획예산처 장관) 등 국내 사외이사 3명은 류 대행을 밀고 있는 라응찬 전 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류 대행이 본인에게 표를 던지면 4 대 4의 팽팽한 대결구도가 형성된다. 아기니에 본부장의 한 표가 사실상 류 대행과 한 이사장 간 2파전으로 좁혀진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의 당락을 결정짓는 셈이다.

◆금융당국 입김도 변수

류 대행의 투표권 행사에 부정적인 금융당국의 영향력 행사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장 후보가 구체화되지 않아 당국이 나설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류 대행 등이) 시장의 정서에 반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특위는 8일 회의를 열어 잠정후보군 26명을 4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특위는 우선 위원 9명이 1인당 후보 4명씩을 추천해 득표순에 따라 10명을 걸러낼 계획이다. 추려진 10명을 놓고 위원들이 1인당 2명씩 추천해 최종 4명을 회장 후보로 확정할 예정이다. 특위는 오는 14일 이들 4명을 면접해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할 계획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