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에 美 경제 호조 가세…시장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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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美 시장 변수 한꺼번에 반영…9.40원 내려 1100원대 진입
금리
기준금리 인상 기대 커져…3년 국고채 하룻새 0.12%P ↑
美 시장 변수 한꺼번에 반영…9.40원 내려 1100원대 진입
금리
기준금리 인상 기대 커져…3년 국고채 하룻새 0.12%P ↑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시장금리가 치솟고 환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미국 변수가 한꺼번에 반영된 영향이 크다. 설 연휴 기간에 나온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을 웃도는 수준인 데다 미국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 채권금리도 가파른 오름세를 탔다. 한국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미국 정부가 낸 것은 원 · 달러 환율을 큰 폭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경기 호조로 금리 급등
채권금리는 설 연휴 이전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경기 상승이 지속 중인 가운데 물가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설 연휴 직전 나온 지표도 이 같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이 1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고 경기동향지수는 4개월 동안의 하락세를 멈췄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였다. 한국은행이 정한 중기 물가안정 목표(3±1%)의 상단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연 3.86%에서 지난 1일 연 3.98%까지 올랐다.
여기에 설 연휴 기간 나온 미국 경제지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1월 미국 실업률은 전달보다 0.4%포인트 떨어진 9.0%로 집계됐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하는 1월 제조업지수는 60.8로 지난해 12월 58.5에서 크게 높아졌다. 2004년 5월 이후 최고치다. 서비스업지수 역시 지난해 12월 57.1에서 59.4로 올라 2005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까지 좋아지면서 미국 경제 회복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가 회복되면 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따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주일 만에 0.31%포인트가 뛰어 연 3.67%까지 올랐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운용부 차장은 "설 연휴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는 11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의견이 50%를 밑돌았으나 미국 지표가 나온 지금은 50%를 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2%포인트 뛰어 연 4.10%를 기록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4%대를 나타낸 것은 지난해 3월10일(연 4.08%) 이후 10개월 만이다.
◆환율은 미국 보고서로 급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100원은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면 경상수지가 크게 줄어 경제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외환당국도 환율이 1100원 근처로 가면 미세 조정을 통해 추가 하락하는 것을 막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외환당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아예 개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계기는 두 가지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일 '세계 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은 공식적으로 시장결정 환율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더불어 원화가치가 실질 실효환율에 비춰봤을 때 적정 수준보다 5~20% 낮게 평가돼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도 곁들였다. 미국이 원화가치 절상(환율 하락)을 간접적으로 압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이 물가 안정에 보탬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점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은 최근 "원 · 달러 환율이 올 들어 하락했는데 물가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재무부 보고서에 등장한 여러 국가 가운데 시장 개입을 조목조목 따진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며 "물가 부담으로 시장 개입이 애매한 가운데 외환당국이 이번 보고서로 인해 더욱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미국 경기 호조로 금리 급등
채권금리는 설 연휴 이전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경기 상승이 지속 중인 가운데 물가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설 연휴 직전 나온 지표도 이 같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이 1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고 경기동향지수는 4개월 동안의 하락세를 멈췄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였다. 한국은행이 정한 중기 물가안정 목표(3±1%)의 상단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연 3.86%에서 지난 1일 연 3.98%까지 올랐다.
여기에 설 연휴 기간 나온 미국 경제지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1월 미국 실업률은 전달보다 0.4%포인트 떨어진 9.0%로 집계됐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하는 1월 제조업지수는 60.8로 지난해 12월 58.5에서 크게 높아졌다. 2004년 5월 이후 최고치다. 서비스업지수 역시 지난해 12월 57.1에서 59.4로 올라 2005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까지 좋아지면서 미국 경제 회복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가 회복되면 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따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주일 만에 0.31%포인트가 뛰어 연 3.67%까지 올랐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운용부 차장은 "설 연휴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는 11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의견이 50%를 밑돌았으나 미국 지표가 나온 지금은 50%를 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2%포인트 뛰어 연 4.10%를 기록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4%대를 나타낸 것은 지난해 3월10일(연 4.08%) 이후 10개월 만이다.
◆환율은 미국 보고서로 급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100원은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면 경상수지가 크게 줄어 경제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외환당국도 환율이 1100원 근처로 가면 미세 조정을 통해 추가 하락하는 것을 막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외환당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아예 개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계기는 두 가지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일 '세계 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은 공식적으로 시장결정 환율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더불어 원화가치가 실질 실효환율에 비춰봤을 때 적정 수준보다 5~20% 낮게 평가돼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도 곁들였다. 미국이 원화가치 절상(환율 하락)을 간접적으로 압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이 물가 안정에 보탬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점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은 최근 "원 · 달러 환율이 올 들어 하락했는데 물가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재무부 보고서에 등장한 여러 국가 가운데 시장 개입을 조목조목 따진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며 "물가 부담으로 시장 개입이 애매한 가운데 외환당국이 이번 보고서로 인해 더욱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