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를 넘긴 것으로 분석되면서 주가 부담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 대비 주가수준(밸류에이션)을 판단할 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기준 PER을 주로 활용하는데,증권사별로 집계수치와 해석이 달라 과열론과 낙관론이 맞서고 있다.

◆장중 2100 회복…PER 10배 넘어

코스피지수는 7일 9.71포인트(0.47%) 오른 2081.74에 마감했다. 설 연휴 기간에 세계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간 데 힘입어 지수는 장중 2107.83까지 올랐다. 하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도로 인한 프로그램 매물이 쌓이면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외국인은 81억원,기관은 348억원 순매수에 나선 반면 개인은 413억원을 순매도했다.

연휴 직전 주춤하던 지수가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국내 증시 PER도 높아진 상태다. PER은 기업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주가가 기업이익에 비해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된다.

국내 증시의 전체적인 과열 여부를 판단할 때는 MSCI 한국지수 기준 PER을 집계하는 게 일반적이다. 나라별 밸류에이션을 비교할 때 용이한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투자지표로 자주 활용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MSCI 한국지수 기준으로 1년 후 추정이익을 감안한 한국 시장의 PER을 10~11배로 집계하고 있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과거 평균치를 감안할 때 국내 기업이익의 질이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PER 10배를 넘어서면 과열 조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익의 개선 속도는 느린데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만 빠르게 오를 경우 단기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 조정의 빌미 가능성

최근 지수상승 속도를 감안할 때 피로감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치를 감안한 국내 증시 PER은 2006년 5월 고점(10.67배)에 가까운 10.28배 수준"이라며 "당시가 2004년부터 시작된 상승 랠리의 정점이었고 이후 한 달간 가파른 조정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수영 연구원은 "기업의 연간 이익전망치 상향세가 최근 둔화되고 있는 점도 과열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PER 10배는 저평가…상승 여력 여전

과열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이 늘어 기업 이익 전망치가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됐다"며 "코스피지수가 2100선에 올라도 PER은 10.3배 선에 그쳐 기술적 부담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도 "국내 증시의 현재 PER은 10.3배로 2005년 이후 평균 밸류에이션 수준"이라며 "주식의 가치만 놓고 평가할 때 절대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PER 13배 이상인 인도나 대만 등과 비교해도 국내 증시는 뚜렷한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의 달라진 글로벌 위상을 감안할 때 올해 PER은 13~14배,코스피지수는 2300~24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PER 10배의 적정성이 논란에 오르는 것 자체가 향후 추가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