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경제 규모나 유동성 창출능력 등 경제 펀더멘털 면에서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외국인이 연초 이머징 국가(신흥국) 투자비중을 줄이면서 한국 증시의 상승탄력도 둔화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글로벌 경기회복이 지속되는 한 한국 증시의 상대적 강세는 계속될 것입니다. "

거스 서터 미국 뱅가드 최고투자책임자(CIO · 사진)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국 증시는 이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의 조건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터 CIO는 시카고대 MBA를 거쳐 1987년 뱅가드에 합류해 현재 주식 · 채권펀드 운용 총괄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서터 CIO는 "잘 갖춰진 편의시설 등 외관 상으로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라며 "MSCI 선진지수 편입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머징이든,선진국이든 한국은 투자해야 할 대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투자절차 상 어려움이 남아있다는 점을 MSCI 선진지수 편입의 유일한 걸림돌로 꼽았다.

서터 CIO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의 경우 한국이 선진지수로 편입되면 이머징펀드 내 자산을 선진국펀드로 옮겨와야 한다"며 현물이전 등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물이전은 국내 자산운용사에만 허용돼 있어 역외펀드들은 펀드 내 자산을 이동할 때 A펀드가 판 주식을 B펀드에서 다시 신규로 사들여야 한다. 그는 "ETF와 인덱스펀드는 비용을 줄이는 게 핵심 경쟁력"이라며 "지수 편입에 따른 운용비용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가 늘어난 데 대해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서터 CIO는 "지난해 이머징 증시로 과다하게 유입된 글로벌 유동성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이머징 자산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어서 일시적인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에 따른 매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년간 단기 급등했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도 3~6개월가량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과거와 달리 지금은 기업실적이나 경제성장세 등 펀더멘털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형펀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지적에 대해 서터 CIO는 "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라며 "단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올라 무뎌졌지만 아직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3년 밖에 지나지 않아 신뢰 회복을 기대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5년간 주식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며 합리적인 투자자산임이 증명되면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되살아날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액티브펀드나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랩 어카운트 등 집중투자 상품들은 수익률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투자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인덱스펀드나 ETF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에서 인덱스펀드와 ETF가 대표 투자상품으로 자리잡는데 무려 35년이 걸렸다"며 "한국 ETF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자산운용사들이 시장을 선점하려면 다양한 상품군을 갖추고 운용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


◆ 뱅가드그룹

월가의 투자 대가로 꼽히는 존 보글이 1974년 설립한 뮤추얼펀드 회사다. 액티브펀드(일반 주식형) 위주였던 당시 펀드시장에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로 출사표를 던졌다. 간판 펀드인 '뱅가드500인덱스펀드'는 출범 초 1100만달러를 모으는데 그쳤다. 하지만 수익률이 액티브펀드를 앞서자 2009년엔 전체 운용자산이 1조달러를 넘어,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부상했다. 저렴한 수수료와 분산투자를 내건 뱅가드의 인덱스펀드 수익률은 1980년부터 25년간 연평균 12.3%로 액티브펀드(10.0%)를 앞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