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완장과 시의원 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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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 작 '완장'의 주인공 임종술은 타지에서 떠돌다 고향에 돌아온 뒤 졸부 최 사장의 저수지 감시원이 된다. 완장을 찬 종술은 안하무인이 돼 마을사람들 위에 군림하려 든다. 거들먹거리다 못해 몰래 낚시하는 초등학교 동창 부자를 폭행,친구 아들의 고막을 터뜨린다.
그에게 완장은 그 어떤 횡포와 몰염치도 가능하게 만드는 권력이자 보호막이다. 주위의 원성과 비난은 질투와 견제로 여겨질 뿐이다. 시의원 배지도 그런 걸까. 서민과 약자 편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성남시 의원 이숙정씨의 '주민센터 난동사건'은 또 다른 완장을 떠올리게 한다.
직원과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막말을 하면서 구두와 핸드백을 던졌다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데 행패를 부린 이유는 더 놀랍다. 전화로 "나 이숙정인데" 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직원이 금세 알아듣지 못하고 "누구세요" 하고 되묻는 바람에 화가 치밀었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어딘가에 전화를 하면 소속과 이름,혹은 하는 일과 이름을 함께 밝히는 게 도리다. 그래야 전화 받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대응할 수 있는 까닭이다. 대통령도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했을 땐 "나 대통령 누구누군데"라고 해야지 그냥 "나 누군데" 했다간 받는 사람이 "그러세요,나는 오바만데요"라고 말하고 끊어도 어쩌기 어렵다는 마당이다.
그런데 당선된 지 1년도 안된 30대 초선 시의원이 누가 일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주민센터에 전화해 다짜고짜 "나 누군데" 하곤 얼른 "네,의원님" 하면서 깍듯이 받지 않았다고 "동사무소 직원까지 나를 가볍게 보고 놀리는 것 같았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은 건 안쓰럽다.
"뭘 자꾸 갖다 줘서 그러지 말라고 말하려 했다"도 납득하기 어렵다. 인편으로 전달된 만큼 부담스러웠으면 돌려보냈으면 그만이요,도리없이 받았다면 주민센터를 통해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거나 주위에 나눠줬으면 됐을 것이다.
실수라 쳐도 자기 말처럼 권위를 내세운 적이 없었다면 그 즉시 당사자는 물론 현장에 있던 이들에게 사과했어야 마땅하다. 지방의원의 추태가 한둘도 아닌데 유독 가혹하게 군다는 식은 곤란하다. 민노당을 탈당한 그가 장차 어떻게 처신하든 '당신 밑에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당신 옆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네티즌의 말만은 가슴에 새겨둘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그에게 완장은 그 어떤 횡포와 몰염치도 가능하게 만드는 권력이자 보호막이다. 주위의 원성과 비난은 질투와 견제로 여겨질 뿐이다. 시의원 배지도 그런 걸까. 서민과 약자 편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성남시 의원 이숙정씨의 '주민센터 난동사건'은 또 다른 완장을 떠올리게 한다.
직원과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막말을 하면서 구두와 핸드백을 던졌다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데 행패를 부린 이유는 더 놀랍다. 전화로 "나 이숙정인데" 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직원이 금세 알아듣지 못하고 "누구세요" 하고 되묻는 바람에 화가 치밀었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어딘가에 전화를 하면 소속과 이름,혹은 하는 일과 이름을 함께 밝히는 게 도리다. 그래야 전화 받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대응할 수 있는 까닭이다. 대통령도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했을 땐 "나 대통령 누구누군데"라고 해야지 그냥 "나 누군데" 했다간 받는 사람이 "그러세요,나는 오바만데요"라고 말하고 끊어도 어쩌기 어렵다는 마당이다.
그런데 당선된 지 1년도 안된 30대 초선 시의원이 누가 일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주민센터에 전화해 다짜고짜 "나 누군데" 하곤 얼른 "네,의원님" 하면서 깍듯이 받지 않았다고 "동사무소 직원까지 나를 가볍게 보고 놀리는 것 같았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은 건 안쓰럽다.
"뭘 자꾸 갖다 줘서 그러지 말라고 말하려 했다"도 납득하기 어렵다. 인편으로 전달된 만큼 부담스러웠으면 돌려보냈으면 그만이요,도리없이 받았다면 주민센터를 통해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거나 주위에 나눠줬으면 됐을 것이다.
실수라 쳐도 자기 말처럼 권위를 내세운 적이 없었다면 그 즉시 당사자는 물론 현장에 있던 이들에게 사과했어야 마땅하다. 지방의원의 추태가 한둘도 아닌데 유독 가혹하게 군다는 식은 곤란하다. 민노당을 탈당한 그가 장차 어떻게 처신하든 '당신 밑에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당신 옆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네티즌의 말만은 가슴에 새겨둘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