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극도로 불편한 관계였던 재계를 향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경제살리기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 재계 최대 로비단체인 상공회의소를 방문,“글로벌 경쟁과 기술변화에 직면한 재계는 미국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책임이 있다” 며 “재계가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확대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상의 초청으로 진행된 이날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는 교육과 사회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업이 성장하고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지만 재계 역시 미국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현재 2조달러에 이르는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미 기업들이 고용확대를 위해 투자를 늘려달라는 얘기다.

그는 “자신과 재계 사이에 일부 견해차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며 “그러나 공통의 영역도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와 재계가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오바마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법인세를 감면하고 과감한 규제완화를 모색하겠다”고 재계에 당근을 제시했다.그는 “미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국가로 만들기 위한 혁신을 단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다만 법인세율 인하에 대한 구체적 시행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조속한 비준도 재차 강조했다.오바마 대통령은 “미 기업의 수출과 고용을 늘리기 위해선 FTA 체결을 통해 무역장벽을 낮추는 것이 해법” 이라며 “최근 쟁점현안이 타결된 한·미 FTA로 최소 7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가 재계와 노조,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로부터 전례없는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FTA의 조속한 비준을 강조했다.오바마 대통령은 파나마 및 콜롬비아와 맺은 FTA도 한·미FTA처럼 현안을 타결짓고자 한다고 밝혔다.하지만 이들 FTA를 비준하기 위한 행정부 차원의 추진 일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 이후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대형 금융회사 경영진을 ‘살찐 고양이’라고 공격하는 등 재계를 비판해 왔다.재계 역시 건강보험 및 금융개혁안 등 오바마의 개혁입법이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라며 반발했다.

특히 상의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후보들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지원한 반면 민주당 후보 낙선 운동을 벌이면서 백악관과 상의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그러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후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진을 개편하면서 친(親) 재계 인사들을 중용하고,재계와 지속적인 만남을 갖는 등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이번 상의 연설도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친재계 행보의 맥락에서 성사됐다는 분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