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게임기는 잊어라"…멀티 터치로 입체조작 '환상적'
'본체 뒷면의 터치 패드를 양손으로 번갈아가며 쓸어올리면 게임 캐릭터가 절벽을 기어오른다. 앞면의 터치 스크린을 손가락으로 위를 향해 톡 치자 순간 도약을 하며 절벽 위로 껑충 올라선다. 앞면 터치 스크린에 손가락을 대고 쭉 밀자 적군을 절벽 아래로 밀어낸다. 게임기를 상하좌우로 움직이자 멀리 있는 표적이 맞춰진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기울이면 캐릭터가 그쪽으로 방향을 튼다. '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가 최근 공개한 차세대 휴대용게임기 'NGP'(코드명 · Next Generation Portable)로 모험 어드벤처게임 '언차티드 NGP'(가칭)를 시연하던 장면이다.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프린스타워호텔에서 열린 '플레이스테이션 미팅 2011'에서 요시다 슈헤이 SCE 월드와이드스튜디오 대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조작방식으로 NGP용 게임타이틀로 다시 만든 언차티드,리틀빅플래닛 등을 직접 시연했다.

◆직관적인 조작방식 눈길

"지금까지의 게임기는 잊어라"…멀티 터치로 입체조작 '환상적'
NGP는 기존 휴대용 게임기와는 조금 달랐다. 게임기 본체의 앞면에만 터치스크린이 장착되는 여타 게임기나 스마트폰 등과 달리 이 게임기는 본체 앞면과 뒷면에 멀티 터치 기능을 적용했다. 양손을 사용해 터치를 만지고,잡고,쓰다듬고,누르고,당기는 입체적인 조작이 가능해졌다. 그만큼 게임조작이 풍부해졌다는 얘기다.

아이폰4처럼 중력센서가 장착돼 게임기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방향을 바꾸거나 표적을 찾을 수 있다. 캐릭터가 움직이거나 방향을 틀게 하려면 게임기를 가볍게 흔들기만 하면 된다.

리틀빅플래닛을 시연할 때는 한 손가락이나 두 손가락을 동시에 이용해 뒷면 터치를 꾹 누르자 게임 속 지면이 위쪽으로 불룩 튀어올라 캐릭터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앞면 터치로 툭 치자 캐릭터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이 같은 직관적 조작법은 3축 중력센서,3축 가속센서,3축 전자나침반 등 내장센서 덕분이다.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보니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법하다. 기존 게임기에서 볼 수 없던 NGP만의 강점이다.

히라이 가즈오 SCE 사장은 "올 연말께 정식으로 선보일 NGP는 그동안 소니에서 선보였던 그 어떤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과 기능을 갖고 있다"며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극대화된 게임의 재미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40여개 NGP용 게임 개발 한창


SCE는 게임 라인업도 공개했다. 액션 어드벤처 '언차티드'를 비롯해 '모두의 골프 넥스트','킬존','레지스탕스','그라비티 데즈','와이프 아웃','리얼리티 파이터즈','스마트 AS','브로큰','리틀빅플래닛' 등 10여종이 그것이다. 이들 게임은 연말께 NGP가 출시될 때 동시에 선보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게임개발사들도 NGP용 게임 개발에 적극적이다. SCE는 이번 행사에서 코나미 캡콤 등 48개 게임개발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기존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이나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용 게임을 NGP의 다양한 기능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NGP에 최적화된 신작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SCE 관계자는 "상당수 게임개발사들이 NGP용 게임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위성항법장치(GPS) 기능을 활용한 위치기반 게임은 물론 3G,와이파이 등을 통한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살린 다양한 게임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사양 갖춰


NGP는 지금까지 나온 휴대용 게임기로는 최고 사양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관상으로는 기존 PSP와 많이 닮았다. 하지만 두께가 얇아져 두 손으로 잡기에 불편함이 없다. 디스플레이는 PSP의 두 배인 5인치로 유기발광다이오드를 썼다. 또 고성능의 중앙연산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채택했다. 플레이스테이션2 수준의 하드웨어 성능을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본체 앞면과 뒷면에 멀티 터치 기능을 적용해 입체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한 것 외에도 2개의 아날로그 스틱을 앞면 양쪽에 배치해 기존 게임기 사용자로부터 호평받았던 아날로그 패드를 더욱 진화시켰다.

메모리를 자유자재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기존 제품과 달라진 점이다. PSP는 1.8기가바이트(GB) 용량의 광디스크인 UMD미디어를 썼으나 NGP는 플래시메모리를 채택했다. 멀티 터치 등의 기능 때문에 게임이 고용량화될 수밖에 없는 점을 배려한 대목이다.

가와우치 시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 사장은 "2년 넘게 개발해온 NGP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국내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출시하는 것은 물론 게임 한글화 작업 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