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半)전세로 인한 서민 부담을 덜어줄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전세자금 대출 확대 등 보완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전세는 보증부 월세의 일종이다. 이 때문에 전세난을 진정시키면 월세든 반전세든 함께 안정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반전세는 갑자기 나타난 것 같지만 실은 예전부터 있어온 임대차 계약 형태"라며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잘 세우면 최근 확산되는 반전세의 부작용도 상당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전세수요 조절 및 주택공급 확대가 반전세 문제 해결의 최선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이 전세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철거 시기를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을 많이 지어 공급을 늘리면 전세금이든 월세금이든 떨어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적어 현실적으로 민간부문의 공급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다주택자를 경원시하지 않고 임대사업자로 육성해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에서 월세 주택을 공급하지 않는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5년 민간임대아파트에 대해 공공택지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공공택지를 공급해봐야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 입장에선 월세가 저렴하고 민간업체는 사업성을 챙길 수 있는 정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공공임대 국민임대 등 임대주택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대료를 쿠폰 형태로 직접 지원하는 주택바우처제도 도입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반전세 대책도 서민으로 통칭되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검토해온 주택바우처제도 도입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어떤 소득계층에 얼마만큼 지원을 해줄지,바우처를 받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에게는 어떤 보상을 해줘야 할지에 대한 방법론을 이제는 정리해 내놓아야 한다"며 "더 이상 미룰 과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전세 때문에 가계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사라져 계층 상승 사다리가 허물어지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 대표는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금리(연 5~6%)와 반전세의 월세 부분 금리(연 7~8%) 격차에 따른 서민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부 지원은 생각해볼 만한 과제"라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