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철강 가격 인상 억제 요구에 하락세를 나타냈던 철강주가 내수 철강 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기관은 지난달 중순부터 철강주에 대한 매수세의 강도를 높이면서 주가를 이끌고 있다.

8일 오후 1시31분 현재 철강·금속업종지수는 전날보다 2.56% 오른 7179.05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업종 지수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종목별로는 현대제철이 3.28% 상승한 것을 비롯, 현대하이스코가 2.65%, 포스코(2.33%), 동국제강(1.71%) 등이 오르고 있다.

이같은 상승세는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기관은 지난 1월21일부터 이날까지 10일동안 철강업종에 대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전날까지 순매수 규모는 2065억원이며, 이날 현재까지 104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철강주는 정부가 물가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내수 철강 가격 인상 자제에 대한 요구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됐었다. 원재료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원재료가격의 상승분을 제품 가격으로 전가하지 못해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내수 가격을 잡아두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정업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입되는 철강 가격이 국내 철강 가격보다 비싸지면 시장의 왜곡이 발생한다"면서 "원료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국내 내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제품의 가격이 일반적으로 내수가격과 비교해 싼 것이 정상인데 국제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내수 가격을 잡는 것이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일부 업체들은 철강가격 인상에 나섰다. 철근 생산업체 한국철강은 최근 t당 철근 가격을 81만원에서 86만원으로 올렸다.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 회사는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지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내수가격이 국제가격에 비해 불리해지면 국내업체들은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내수 물량이 부족해져 내수 철강 가격은 상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재료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내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주요 철강업체들의 실적 기대감도 최근 철강주의 강세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조강운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지난 4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포스코가 오는 1분기 반등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고, 현대제철의 경우에도 고로 증설에 따른 효과로 오는 1분기, 2분기 모두 양호한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또 "중국의 춘제(설) 이후 3월 성수기를 앞두고 재고 확충 차원에서 철강 가격이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