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골프 스윙의 초석을 다진 벤 호건은 인생에서도 엄격하고 치열하게 살았다. 한번은 호건이 퍼트 라인을 유심히 보다가 캐디에게 물었다.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때?" "좌우 경사가 전혀 없는데 그냥 똑바로 치면 될 것 같아." "세상에 그런 퍼트는 없다네.완벽한 평지라면 볼은 조금이라도 오른쪽으로 휠 거야."

호건은 '코리올리(coriolis) 효과'를 언급한 것이다. '코리올리의 힘'(전향력)이라고도 하는 이 힘은 지구의 자전 때문에 생기는 관성력이다. 북반구에서는 진행 방향의 오른쪽으로 작용하고,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작용한다. 태양이 동쪽에서 뜨는 것은 지구가 동쪽을 향해 자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본을 해 뜨는 방향으로 돌리면서 북극에 서 있다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즉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는 원판 위에 있는 셈이다.

이렇게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는 원판 위에서 볼을 굴리면 오른쪽으로 작용하는 코리올리의 힘 때문에 볼의 경로가 오른쪽으로 휘는데 이것이 코리올리 효과다(그림).남극에 서 있다고 가정하면 지구본은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남반구에서 코리올리의 힘은 진행 방향의 왼쪽으로 작용한다.

북반구에서 코리올리의 힘은 태풍의 경로에도 영향을 주어 반시계 방향으로 소용돌이치게 한다.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의 공기 흐름이 오른쪽으로 작용하는 코리올리의 힘에 의해 소용돌이를 형성하는 것이다.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의 소용돌이가 형성된다. 흔히 싱크대의 물이 배수구로 빠져 나갈 때 이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잘못된 상식이다. 지구는 하루에 한 번 자전하기 때문에 싱크대 물에 작용하는 코리올리의 힘은 극히 미약해서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싱크대 물이 빠져나가면서 회전하는 방향은 용기의 모양과 평형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 이를 확인한 실험은 1908년 미국에서 1.8m 높이의 물탱크에 1100ℓ의 물을 담아 하루 동안 안정시키고 마개를 뽑은 결과 15분 정도 후부터 반시계방향 소용돌이 현상이 생겼다고 한다.

코리올리의 힘은 위도가 높은 곳일수록 더 강해진다. 적도에서는 이 힘이 사라진다. 위도 37.6도인 서울에서 코리올리의 힘을 골프 볼에 적용시켜 공기 저항을 무시한 채 계산하면 300m 드라이버샷을 똑바로 했을 때 10㎝ 우측으로 휘어서 떨어진다. 대략 이런 비례로 3m 퍼트를 생각하면 우측으로 1㎜ 휜다는 것이다.

호건은 과연 코리올리의 힘을 느끼면서 골프를 했을까. 지름 108㎜의 컵에서 1㎜ 때문에 들어갈 퍼트와 안 들어갈 퍼트로 갈릴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역사상 볼을 가장 잘 쳤고 누구보다도 정확성을 중시했던 호건의 위대함은 바로 이 1㎜ 차이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골프칼럼니스트 yjc@imaste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