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골디락스 경제'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중국과 인도가 본격적으로 산업화 대열에 참여하면서 낮은 임금에 근거한 싼 제조원가 덕분에 저렴한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면서 발생한 긍정적 상황을 표현한 단어였다. 이 덕분에 각국의 수입물가는 안정됐고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각국은 물가안정과 고성장을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울 듯,저금리 하의 유동성 팽창은 각국에서 주택 가격 폭등을 불러일으키는 주범이 됐고 곧이어 발생한 서브프라임 사태와 함께 골디락스 경제는 막을 내렸다.

이제 상황은 역전되고 있다. 싼 임금을 자랑하던 중국에서 임금이 오르고 인플레가 나타나고 있다. 주요 생필품의 50% 정도,그리고 식량의 17% 정도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의 인플레는 우리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플레이션이다. 이제 중국은 골디락스 경제가 아닌 역(逆)골디락스 경제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본격적인 산업화 대열에 참여한 중국과 인도의 인구가 합쳐서 약 23억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 엄청난 인구가 소득 상승과 함께 식량과 에너지 소비를 늘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 · 에너지 수요는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술 더떠 중국은 3조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으로 해외에서 자원 에너지 농산물 등을 닥치는 대로 쓸어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자원의 가격은 엄청난 속도로 상승 중이다.

과거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법칙을 제시한 바 있다. 인구는 식량 수요와 직결되는 만큼 이 명제는 식량의 수요와 공급의 관계로 치환될 수 있다. 즉 '식량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식량 공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해석할 수 있고,이 명제를 자원 분야 전반으로 확장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자원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자원 공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재해석이 가능하다고 보면 이를 '신(新)맬서스의 법칙'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인류는 그동안 식량 문제를 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경작지 면적도 증가시켰고 비료산업 발달을 통해 동일한 면적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양을 증가시켰다. 또한 원양어업을 통해 확보한 어류를 통해 먹을거리 공급도 늘렸다. 그러나 이런 부분이 이제는 한계에 부딪친 것 같다. 중국과 인도의 엄청난 수요 증가에 이상기후까지 겹치면서 이제 지구촌은 몸살을 앓고 있다. 각국에서 인플레와 식량 부족으로 폭동과 시위가 잇따르고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에서 두 번째이고 에너지는 모두 수입해서 쓴다. 지하자원 내지 광물자원도 마찬가지다. 식량의 경우 쌀 이외의 작물은 거의 4대 메이저를 통해 수입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자원,에너지,식량의 경우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물량 확보 자체가 문제될 수 있는 상황마저 도래하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상황을 맞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자원,에너지,식량에 대한 개발과 유통 분야에 있어 메이저급 회사들을 시급히 키워내야 한다. 메이저가 아니면 마이너라도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농산물 부문에서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바 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자원 관련 기업들이 이익을 내도록 뒷받침하고 이런 이익이 해외 자원확보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나아가 우리의 '자원 영토 확장'을 위해 외환보유액,국부펀드,그리고 각종 공적펀드와 사적펀드까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이제 역골디락스의 시대,신맬서스 법칙이 성립하는 시대에 어울리는 획기적 정책패키지가 제시돼야 할 때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