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우위인 시장 아닙니까. '반전세(보증부월세)'가 더 늘어나고 아파트도 월세가 많아질 것 같네요. 세입자 입장에선 안타깝지만…."

서울 목동 J공인 L대표는 "전세로 눌러 앉으려는 세입자들이 많아지면서 주택 임대시장에서 공급자 우위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반전세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증금만 있는 전셋집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반전세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 선진국처럼 월세만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급속하게 늘어나는 반전세

8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분당 · 판교신도시 용인 등에서 아파트 반전세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전세 물건 17개 중 15개가 반전세나 순수 월세로 나와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C공인 L대표는 "전세는 나오자마자 계약돼 물건이 거의 없다"며 "집주인들도 전세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내놓았던 물건도 반전세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2만여채의 아파트가 몰려 있는 잠실에선 반전세가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잠실동 J공인 K사장은 "5600여채가 넘는 엘스에서 나온 전세 물건은 20여채 정도로 이 가운데 80%가 반전세나 월세"라고 말했다.

작년에 입주 대란으로 전셋값이 떨어졌던 용인 성복동도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반전세 위주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 현재 중개업소 전세 매물 13개 가운데 12개가 반전세다. 입주 2년차로 1분기 재계약 시점을 맞는 판교에서도 반전세나 월세가 주류다. 판교동 P공인 관계자는 "분당과 용인에선 전세로 나왔다가 반전세로 돌려 다시 내놓지만 판교는 처음부터 아예 반전세로 내놓는다"며 "보유 중인 전세 물건 6개 가운데 5개가 반전세"라고 소개했다.

◆목동 강북에도 반전세 확산

반전세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목동과 강북에서도 반전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목동 5단지 내 S공인 J사장은 "이곳은 집주인도 대출을 안고 있고 세입자도 샐러리맨이 많아 반전세 비중이 5% 정도였는데 최근엔 20%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3830채가 몰려 있는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인근 O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오른 전셋값은 대출로 해결해 반전세가 없었지만 최근엔 집주인들이 전세난을 이유로 일부 월세를 받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전국 아파트 단독 · 다세대 · 다가구주택 등 전체 주택 임대시장에서 보증부월세 비중은 41.2%로 1년 전(39.5%)보다 높아졌다.

◆지방 대도시는 반전세가 대세

반전세는 한동안 주택 공급이 없어 전세난이 심각한 지방 대도시에서 더 활발하다. 광주 대구 대전지역 주택 임대시장에서 보증부월세 비중은 각각 62.7%,52.6%,51.7%로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6대 광역시의 평균 보증부월세 비중은 42.7%에서 46.9%로 높아졌다.

김지엽 아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는데 선진국의 의미는 금리가 낮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금리가 낮아지면 집주인들은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아 월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도 시장 흐름에 맞는 주택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재후/이승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