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류인 금과 백금 가격이 올 들어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값은 지난달 초 이후 하향 조정세가 뚜렷한 반면 백금 가격은 작년 말 시작된 상승세를 이어가며 2년반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금으로 대표되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진 데 반해 산업재로 주로 쓰이는 백금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국내 금값의 기준이 되는 영국 런던금시장협회(LBMA) 고시가격은 7일(현지시간) 온스당 1347.5달러로 전날보다 7.5달러 떨어졌다. 국제 금값은 올 들어 4.4% 하락했다.

백금 가격은 정반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백금은 런던플래티늄&팔라듐시장(LPPM)에서 전날보다 온스당 7달러 오른 1845달러에 거래를 마쳐 올 들어 6.6% 뛰었다. 2008년 7월22일(1865달러) 이후 최고 가격이다.

이 영향으로 올초 21만원을 넘었던 24K 순금 3.75g(한 돈) 국내 도매가격은 8일 19만8550원 선(부가가치세 포함)으로 떨어졌으며,같은 중량의 백금은 원화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초 27만원 선에서 이날 27만5000원으로 올랐다.

금값 하락은 무엇보다 미국 경제가 최근 회복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용주 코리아PDS 이사는 "대부분 장식 및 투자 용도로 사용되는 금은 경제가 불안할 때 수요가 몰리는 전형적인 안전자산"이라며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자 금 투자수요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크게 좋아지고 있다. 서비스업 경기를 보여주는 공급관리자협회(ISM)의 비제조업지수는 지난달 59.4로 2005년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달 실업률도 9.0%로 2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시간대 소비심리평가지수도 지난해 12월 70선을 회복한 데 이어 지난달 74.2로 상승했다. 반면 지난달 28일 기준 세계 10대 금ETF(상장지수펀드)의 금 보유량은 작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백금은 금과 같은 귀금속으로 분류되지만 대부분 산업용으로 쓰인다. 전 세계 사용량의 60%가량이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장치 원자재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 자동차 생산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데다 미국 경기까지 되살아나는 신호를 보이자 백금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 이사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낮아지고 있지만 전 세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중국 정부가 금 보유량을 늘릴 방침이어서 금값이 크게 조정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