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어카운트 수수료 문제를 놓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이 대립각을 세웠다. 박 회장은 국내에서 적립식 펀드 붐을,박 사장은 자문형 랩 바람을 일으킨 주역이란 점에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사장은 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문형 랩 수수료를 인하할 생각이 없다"며 "수수료 문제는 결국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상품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얼마나 많은 가치를 줄 수 있느냐"라며 "지금은 수수료 경쟁을 할 단계가 아니라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데 치중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7일 박 회장이 기자들과 만나 "자문형 랩 상품에서 증권사가 하는 역할에 비춰볼 때 현재 연 3%인 수수료는 지나친 감이 있다"며 자문형 랩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증권을 에둘러 비판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박 사장은 나아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펀드 투자자들이 손실을 낸 것을 언급하며 미래에셋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금융투자회사들이 금융상품을 판매해 놓고 고객 관리를 제대로 안 해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은 경우가 있다"며 "삼성증권은 (랩 상품 판매 후)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고객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자신했다.

한편 박 사장은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을 분리매각할 경우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증권사를 대형화하는 것은 시간과 방법의 문제일 뿐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서도 "우리투자증권 인수 문제는 언급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09년부터 본격 가동한 홍콩법인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면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 증권사 인수 · 합병(M&A)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의 향후 비전과 관련,박 사장은 "삼성전자를 글로벌 1위로 이끈 원동력은 1990년대 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도체 사업이었다"며 "삼성증권이 그룹의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도록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