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특위서 최종후보 확정
재일교포-羅 前회장 힘겨루기…BNP파리바 결정에 주목
신한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가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61),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72),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66),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63) 등 4명으로 압축됐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은 후보직을 고사했다. 신한금융은 오는 14일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 뒤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심층 검증 후 14일 면접
신한금융 특별위원회는 8일 회의를 열어 외부 헤드헌팅 회사와 특위 위원들로부터 추천받은 잠정후보군(롱리스트) 26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4명의 후보를 선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특위 위원들은 세 차례 투표를 실시했다. 1차 투표에서는 26명의 잠정 후보군을 대상으로 특위 위원 한 사람 당 4명씩 이름을 적어내 득표순에 따라 10명을 선정했다. 이후 10명을 놓고 위원 한 사람당 2표씩 투표권을 행사했다. 여기에서 한 표 이상 얻은 후보가 4명을 초과해 1인 1표의 3차 투표를 실시,최종적으로 4명을 선정했다.
특위는 면접 후보군에 포함된 4명의 후보에 대해 면접 참여의사를 타진한 후 동의한 후보에 한해 평판 조회 등 심층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14일 예정된 회의에서 심층 검증 결과를 보고 받고 후보자별로 면접을 실시한 뒤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윤계섭 특위 위원장은 "가능하면 투표 없이 추대 방식을 택하는 게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가장 적게 표를 받은 사람을 탈락시켜 가는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출신이냐,외부 출신이냐
주일 재무관 출신의 한 이사장은 특위 위원 9명 중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 이사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신한금융의 대주주인 재일교포들의 요청에 의해 회장 후보로 나섰다"며 "미력하지만 신한금융의 가장 큰 취약점인 국제화 수준을 한단계 끌어 올려 대한민국 금융 국제화의 시범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류시열 대행이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후보직을 고사하고 한동우 전 부회장이 면접 후보군에 포함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라응찬 전 회장이 류 대행 지지에서 한 부회장 지지로 선회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후보자 본인에 대한 투표권 논란으로 류 대행의 선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되자 라 회장이 차기 회장 구도를 내부 출신(한 부회장)과 외부 출신(한 이사장) 간 대결 구도로 몰고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도 라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특히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인 전성빈 서강대 교수도 자신의 은사인 김 교수를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장으로 선임되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신한금융과는 자문 교수,통합위원회 위원장,사외이사 등으로 20년간 관계를 맺어왔는데 최근 내분 사태를 겪으며 실망이 컸다"며 회장에 선출될 경우 조직 추스르기에 힘을 쏟을 것임을 시사했다.
최 전 사장도 "당장 해야할 일은 면접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아니겠냐"며 말을 아꼈다.
◆BNP 파리바 표 향방에 촉각
차기 회장 선출이 재일교포 사외이사들과 라 전 회장 간의 대리전 양상을 보임에 따라 캐스팅보트를 쥔 BNP파리바의 필립 아기니에 본부장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 진영이 각각 4명의 특위 위원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한 표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재무적 투자자인 BNP파리바가 기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21일로 예정된 이사회로 결정권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BNP파리바는 이날 특위에서 최 전 사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14일 회의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의사표시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창재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