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9일 급락했지만 철강금속업종은 상승했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도했지만 철강업종만은 달랐다.

이날 철강금속 업종지수는 0.21%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4억원, 664억원씩 매수우위를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처럼 철강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본 철강업종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수혜와 실적개선 기대감이다.

일본의 1위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NSC)과 3위 업체인 스미토모금속(SMI)은 2012년 10월까지 합병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합병의 배경은 일본에 업체와 고로가 너무 많다는 것. 한국, 중국 등 신흥 철강업체들의 도전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철강업체로 위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 이후 철강주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은 부쩍 커진 상태다. 합병을 통해 일본 업체들은 원료 가격 교섭력을 통한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철강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또한 최근 철강 업황이 원재료 가격의 인상으로 마진축소가 우려되던 상황에서 제품가격으로 전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철강업체들의 마진이 다소 늘어나리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철강주가도 연초대비 3% 이상 오르면서 시장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아시아 열연가격은 지난 4분기 600달러 를 바닥으로 최근 700달러까지 상승했다. 철근, 형강 등의 가격도 600달러 초반대에서 700달러로 상승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다.

국내 철강가격도 상승중이다. 철근가격은 1월 톤당 5만원을 인상했고, 2월에도 5만원 올렸다. 특수강봉강은 2월부터 톤당 10만원 오르고, 판재류 가격은 할인폭이 축소되고 3월부터는 아예 없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철강 원료가격을 반영해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시기는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며 경계심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마진이 상승하는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을 구분할 것과, 가격 인상 효과 정도가 차이나는 종목들을 골라 담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특수강봉강, 봉형강류, STS 강판은 매월 원료가격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판재류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포스코의 실적은 하반기에 둔화된다는 전망이다. 그는 "포스코는 주식시장 약세장에서 하방경직성으로 안정적일 수 있고, 모멘텀은 12월을 바닥으로 실적이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만 3분기에는 3분기에 상승한 원료가 투입되면서 영업이익이 둔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김민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이유는 봉형강의 마진 창출 능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7040억원으로 전년대비 75'% 급증한다는 추정이다.

전승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철강 가격 상승이 철강산업의 호황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을 적용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시장의 부정적인 흐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로는 포스코가 최근 국내 니켈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감이 톤당 20만원 증가했지만 스테인리스 가격을 동결한 점을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오늘과 같이 시장이 급락하고 수출주들이 하락하는데, 철강주들이 내수주들과 상승한다는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아시아에 동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만이 일본업체들의 합병을 긍정적으로 볼 뿐"이라고 귀띔했다. 또 철강주에 대한 단기적인 투자를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