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굴욕의 스마트폰 블랙베리, 이번엔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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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4위의 리서치인모션(RIM)이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스마트폰 '블랙베리 토치'를 9일 국내 첫 공개했다.
그러나 국내 블랙베리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11월까지 7만여대 정도로 알려졌다. 약 2년간 성과다. RIM은 지난해 3분기 세계 시장에서 스마트폰 1420만대를 출하했고, 매출액은 2009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54억9000만달러였다. 특히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폰 열풍에도 40%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가져갔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잘 팔리지 않았다.
이른바 '굴욕의 블랙베리'가 이번에는 국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신제품 '블랙베리 토치 9800'를 직접 사용해봤다.
기존에 국내에 나왔던 블랙베리 제품 보다 화면이 커진 3.2인치인 점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지난 11월 국내 출시된 블랙베리 펄 3G는 2인치였다.
화면 크기가 3.5인치인 아이폰4나 4인치인 갤럭시S에 비하면 크기가 절반에 불과해 일부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특히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치 않았던 쿼티 자판(키보드)이 특징이었던 블랙베리 제품에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점이 이 제품의 큰 특징으로 꼽혔다.
블랙베리 토치는 대부분 쿼티 자판 방식만 지원하던 블랙베리 제품군에서 터치스크린과 슬라이드 쿼티 자판을 혼합한 스마트폰으로, 지난해말 아이폰 열풍을 이기고 자사의 실적 호조를 견인한 모델이다.
또 통합 검색 기능을 갖춘 '유니버설 검색'이 이번 제품의 장점으로 부각됐다. 스마트폰 화면상에서 '블랙베리'를 검색하면 이와 관련해 기기 내부에 저장된 이메일, 메시지, 연락처, 음악, 비디오 등은 물론 웹 검색 결과와 온라인 장터 '블랙베리 앱 월드'의 결과도 한눈에 볼 수 있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블랙베리 토치는 기존보다 확장된 메시징 기능을 기반으로 블랙베리 메신저 BBM,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과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 및 RSS 피드(소셜 피드) 관리를 단순화하는 기능이 강조됐다.
멀티태스킹과 웹 브라우징 기능도 강화됐다. HTML 웹 페이지를 여는 웹킷 기반 브라우저와 함께 여러 창을 동시에 열어 둘 수 있는 탭 브라우징, 핀치 줌 기능과 텍스트에 화면이 조정되는 오토 랩 텍스트 줌(auto-wrap text zoom) 기능 등으로 업무에 활용하기 쉽도록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용해 유명해진 블랙베리의 보안성에 대해서 "이 제품을 통해 문자 메시지나, 메일 등을 이용할 때 모든 정보가 암호화되어 연결 되기 때문에 해킹의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장점에도 블랙베리 토치의 경우 해외에서는 지난해 8월 출시된 데 비해 국내에는 6개월이나 늦게 선보인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곧 출시 예정인 듀얼코어, 근거리 무선통신(NFC) 등 새로운 기능이 대거 탑재되는 신제품들과 비교하면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을지 의문을 품을 정도다.
브라우징 속도는 웹킷 브라우저를 통해 향상된 웹브라우징을 구현했으나 빠른 편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근 700만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한 무료 채팅 앱 카카오톡이 지원되지 않는 등 타 스마트폰 OS에서 구현되는 서비스 이용이 제한됐다. 국내 블랙베리 사용자들이 지적해왔던 단점이다.
놈 로 RIM 아태지역 부사장은 "한국 시장은 소비자와 스마트폰 시장의 수준이 높아 전략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한국 소비자의 피드백을 고려해 제품을 개선하느라고 출시가 늦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SK텔레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앱을 비롯한 콘텐츠 확보, 판매 대리점 확대 등을 통해 한국내 입지를 다져 나가겠다"고 놈 로 부사장은 말했다.
블랙베리 토치는 3.2인치 터치 스크린에 HVGA(480X360)의 해상도를 지원하며, 624Mhz 마블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500만 화소 카메라, 32GB까지 확장 가능한 8GB 내장형 메모리, 5.8시간 연속 통화 가능한 1300밀리암페어(mAHr) 배터리 등을 장착했다.
이 제품은 블랙, 레드, 화이트 색상으로 2월 중에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된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