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광받는 투자상품인 자문형 랩어카운트 수수료를 놓고 증권가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시중금리가 연 4% 수준인데 자문형 랩 수수료 3%는 너무 비싸다"고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튿날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이 "수수료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하면서 업계의 내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일부 언론은 "펀드 총보수가 연 1.64%인데 랩은 최고 3%에 달해 증권사가 돈 되는 랩만 판다"고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설명은 다르다. 국내 주식형펀드 총보수는 1.64%(작년 말 기준)가 맞지만,여기엔 고객이 돈을 맡길 때 미리 떼는 선취수수료(평균 0.96%)와 주식매매에 들어가는 수수료(0.30%)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펀드 투자자들이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2.5% 안팎이란 게 업계의 추정이다. 평균 2.6~3.0%인 자문형 랩 수수료와 크게 차이가 없는 셈이다.

펀드 선취수수료는 투자기간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약 1%씩 떼간다. 적립식 펀드라면 매달 적립액의 1% 가까이를 미리 내야 하는 것이다. A증권 관계자는 "펀드는 중도 환매해도 선취수수료를 돌려주지 않지만 랩은 운용 일수만큼만 부과해 합리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성격이 다른 두 상품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B증권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랩은 개별 상담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신축적으로 짜주는 것이 장점"이라며 "맞춤형 상품인 랩이 기성복 같은 공모형 펀드보다 비용이 더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C증권 랩상품본부 관계자는 "랩은 투자금액이 클수록 수수료율이 내려가므로 일률적으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펀드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문제를 제기한 미래에셋은 랩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인하 경쟁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자문형 랩 고객의 상당수는 펀드의 낮은 수익률과 비싼 수수료에 실망해 옮겨 탄 앵그리 머니"라며 "지금은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촌평했다.

박해영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