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공짜로 받았던 영화 '저수지의 개들' 포스터가 지금은 90만원이 됐다. 비슷한 시기에 20만원에 샀던 장난감 레고 시리즈도 현재 200만원이 넘는다. 코흘리개 아이들이 100원에 샀던 1938년 '액션' 잡지 초판은 현재 10억원을 호가하고,요즘 나오는 한정판 바비 인형도 1년만 지나면 10배가 올라 5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

극성팬이 콘서트장에서 쥐어뜯은 스타의 머리카락도 10년만 지나면 수천만원에 팔 수 있다. 10년 전 90만원이던 넬슨 제독의 머리카락이 지금은 3600만원.엘비스 프레슬리의 머리카락 한 뭉치는 2002년 1억3000만원에 팔렸다.

《문화로 재테크하다》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전통적인 투자 종목에서 벗어나 남들이 미처 주목하지 않는 문화상품에 투자해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 영국의 대안 투자 전문가인 저자 토비 월른은 우표,화폐,와인,책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적 수집 품목부터 레고,비단잉어,난,악기,쿠바산 시가 등 자잘한 물건까지 101가지의 다양한 투자 품목을 소개한다.

101가지의 수집 아이템을 따라가다 보면 국내 수집광들은 흉내도 낼 수 없는 서양의 폭넓은 수집 문화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트리케라톱스의 두개골 화석부터 골동품 변기,황소 생식기로 겉을 감싼 지팡이,제2차 세계대전 때의 전차와 탱크까지….단지 투자 목적이 아니더라도 책 곳곳에는 인문학적 교양을 읽는 재미가 숨어 있다. 쿠바 시가가 최고로 꼽히게 된 이유,미국 소녀가 아니라 독일 여성이 모델인 바비 인형,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생활상까지 뜻밖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

저자는 단돈 몇 만원으로도 할 수 있는 투자 품목을 소개하면서 '희소성의 원칙'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또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투자하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관심이 있는 것에 투자하라고 덧붙인다. 좋아서 모은 것들이 돈도 벌어준다면 금상첨화겠지만,만약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슬픔을 달랠 위안거리가 될 테니 말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