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매몰된 칠레광부 33인 "우리는 神까지 포함해 34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THE 33 | 조나단 프랭클린 지음 | 이원경 옮김 | 월드 김영사 | 324쪽 | 1만 2000원
책의 부제가 '세상을 울린 칠레 광부 33인의 위대한 승리'다. 그러니 이 책 《THE 33》은 69일 만에 생환한 칠레 광부들의 이야기다. 저자 조나단 프랭클린은 '가디언'지의 칠레 특파원.재난구조 현장을 낱낱이 목격하고 썼다. 극적인 생환 스토리를 살리면서 명확한 메시지를 담았다.
33인의 광부들이 '지옥의 목구멍'으로 들어간 것은 2010년 8월5일.70만t의 암석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폭풍 같은 바람이 그들을 쓰러뜨렸다. 지하 700m 지점,암흑 속에서 두려움의 눈들만 모르스 부호처럼 깜빡거릴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정신을 차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음식을 배분했고 구조 드릴에다 살아 있음을 알리는 페인트칠을 했다. 당시 그들은 "우리는 33인이 아니라 신(神)까지 포함해 34인"이라고 말했다. 생존본능이 점점 희박해져갈 무렵인 매몰 17일째.드디어 구조의 드릴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때부터 40분마다 내려오는 '팔로마'는 생명줄이었다. 물과 먹을 것이 배달됐다.
구조를 위한 바깥 사람들의 노력도 처절했다. 광산에 마련된 '희망캠프'의 불은 밤새도록 꺼지지 않았다. '산 로렌소' 구출작전이 시작됐다. NASA와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산호세 광산에 속속 모여들었다.
매몰 69일째.33명의 광부들이 드디어 캡슐 '피닉스'에 실려 한 명씩 세상에 나왔다. 전 세계 10억명이 이를 지켜봤다. 당혹스러웠던 건 타블로이드 신문과 병원.사망자는 물론 아픈 사람도 없었고 가십거리도 별로 없었다. 사고 후 두 달간 '칠레' '광부'라는 검색어의 구글 조회 수는 2100만회.구조비용은 총 2100만달러에 달했다. 광부 1인당 60만달러가 든 셈이다. 그러나 그들이 일궈낸 감동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 갱 속의 지도자였던 세풀베다는 "우리를 살린 것은 유머와 민주주의"라는 말로 생존 소감을 대신했다.
"칠레 광부 구조는 9 · 11에 항거하는 사건"이라는 저자의 말은 그가 미국인이라 오해를 살 만하다. 그러나 두말할 것도 없이,저자가 전달하려는 박애와 이타주의는 결코 훼손할 수도 없고,훼손해서도 안 된다.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
33인의 광부들이 '지옥의 목구멍'으로 들어간 것은 2010년 8월5일.70만t의 암석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폭풍 같은 바람이 그들을 쓰러뜨렸다. 지하 700m 지점,암흑 속에서 두려움의 눈들만 모르스 부호처럼 깜빡거릴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정신을 차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음식을 배분했고 구조 드릴에다 살아 있음을 알리는 페인트칠을 했다. 당시 그들은 "우리는 33인이 아니라 신(神)까지 포함해 34인"이라고 말했다. 생존본능이 점점 희박해져갈 무렵인 매몰 17일째.드디어 구조의 드릴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때부터 40분마다 내려오는 '팔로마'는 생명줄이었다. 물과 먹을 것이 배달됐다.
구조를 위한 바깥 사람들의 노력도 처절했다. 광산에 마련된 '희망캠프'의 불은 밤새도록 꺼지지 않았다. '산 로렌소' 구출작전이 시작됐다. NASA와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산호세 광산에 속속 모여들었다.
매몰 69일째.33명의 광부들이 드디어 캡슐 '피닉스'에 실려 한 명씩 세상에 나왔다. 전 세계 10억명이 이를 지켜봤다. 당혹스러웠던 건 타블로이드 신문과 병원.사망자는 물론 아픈 사람도 없었고 가십거리도 별로 없었다. 사고 후 두 달간 '칠레' '광부'라는 검색어의 구글 조회 수는 2100만회.구조비용은 총 2100만달러에 달했다. 광부 1인당 60만달러가 든 셈이다. 그러나 그들이 일궈낸 감동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 갱 속의 지도자였던 세풀베다는 "우리를 살린 것은 유머와 민주주의"라는 말로 생존 소감을 대신했다.
"칠레 광부 구조는 9 · 11에 항거하는 사건"이라는 저자의 말은 그가 미국인이라 오해를 살 만하다. 그러나 두말할 것도 없이,저자가 전달하려는 박애와 이타주의는 결코 훼손할 수도 없고,훼손해서도 안 된다.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