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대장을 조각내어 볶아 익힌다. 그 맛은 소의 위(胃)를 볶은 것보다 낫다. 대장은 살이 많고 부드러워서 그릇에 볶기도 좋고 요리하기도 쉽다. "(돼지대창 볶음)

"소인배들은 싸움을 하면 팥꽃 잎사귀를 피부에 문질러 상처와 같은 붉은 부스럼을 만들어 사람을 무고하니,관리 노릇 하는 자가 몰라서는 안 된다. 팥꽃의 즙과 소금을 섞어 계란에 문지르면 겉이 붉게 물든다. "(맞은 상처 만드는 법)

《소문사설》은 조선 숙종의 어의였던 이시필이 쓴 실용 생활 백과사전이다. "생각이 고루하고 견문이 좁은 저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했다"는 뜻의 겸손한 제목과는 달리,책은 응급처방부터 요리기구 제작에 이르기까지 18세기판 '생활의 지혜'를 가득 담고 있다.

온돌부터 약재까지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과연 한 사람의 저술일까 하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온돌의 열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설명한 '전항식',숙종의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내의원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량한 생활도구 사전인 '이기용편',병으로 입맛을 잃은 왕을 위해 좋은 음식 요리법을 담은 '식치방',백성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와 처방을 담은 '제법'이 흥미롭다. 숙종을 간병하는 연잉군(영조)을 위해 마련한 온돌의 설계도는 당시의 난방 기술을 한눈에 보여준다.

책의 양념이랄까. 다소 황당한 이야기도 눈에 띈다. 도망간 사람의 옷에 자석을 싸서 우물에 매달아 놓으면 그 사람이 돌아온다고 하고,개의 간을 흙과 반죽해 부뚜막에 바르면 아내와 첩이 효부로 바뀐다고도 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