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 상황인데,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자문형랩의 수수료가 주식형 펀드의 수수료 수준까지 낮아지자 자산운용사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문형랩으로의 자금 이탈이 우려되지만, 그렇다고 펀드 보수를 낮출 수도 없어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10일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14일부터 국내 자문형랩 수수료를 기존 연 3.0%에서 연 1.90%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현대증권도 이날 자문형랩 수수료를 기존 3.0~1.5%에서 1.5~1.0%로 낮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펀드투자비용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 운용보수와 판매보수 등을 합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총보수율은 평균 1.64% 정도다.

자문형랩에 밀려 힘을 못 쓰던 펀드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자문형랩은 펀드와는 달리 일대일 맞춤관리를 해주는 상품인데 펀드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정형화된 일괄 관리를 통해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 동안 고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자문형랩으로 돈이 몰렸는데 수수료까지 낮춘다면 운용사로서는 더욱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운용사들이 펀드 보수를 낮추기도 힘든 상황이다. 판매사들이 가져가는 판매보수보다 운용사들이 가져가는 운용보수가 낮은 상황에서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의 운용보수는 0.5~1.0% 수준인 반면, 판매보수는 1.0~1.5% 정도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환매로 열악한 상황에서 운용보수까지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판매보수를 인하해주면 좋겠지만, 판매사들이 적극적으로 펀드 판매 보수 인하에 나서지 않고 있어 운용사 입장에서는 딱히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도 "상품의 형태와 고객군이 다르기 때문에 자문형랩의 판매수수료와 운용사들이 가져가는 펀드의 운용보수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펀드 운용보수를 인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