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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현금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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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원권을 기준으로 쇼핑백에는 3000만~5000만원쯤 들어간다고 한다. 007 가방에는 1억원,골프 가방에는 3억~4억원 정도 넣을 수 있는 모양이다. 사과상자에는 4억원,여행용 가방에는 5억원까지 담을 수 있단다. 보통사람은 거액의 현금을 구경하기도 어렵지만 뇌물에 익숙한 이는 용기 크기만 봐도 얼마가 담겼는지 알아차린다고 한다.

    2003년 한 정권 실세에 대한 비자금 수사에선 상자에 담긴 현금을 승용차에 얼마까지 실을 수 있는지,그 승용차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이색 현장검증을 했다. 당시 다이너스티 승용차에 3억원짜리 상자 6개와 2억원짜리 상자 14개가 들어갔고,2억원짜리 상자 25개도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2억원과 3억원이 든 상자의 무게를 재는 현장검증에선 23.2㎏,34.7㎏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현금 상자라고 다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놓는 것은 아니다. 전주 노송동에 11년째 놓여진 '얼굴 없는 천사'의 현금 상자는 마음을 더없이 따뜻하게 한다. 매년 세밑만 되면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밝은 목소리로 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특정 장소로 가보라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끊었다. 그 때마다 동사무소 앞 공중전화 부스,주차장 입구 화단,미용실 앞 등엔 현금이 든 종이 상자나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올해도 5만원권 현금 다발 7개(3500만원)와 저금통 속 동전(84만900원)을 합해 3584만900원이 든 상자를 놓고 갔다. 이 중년 천사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모두 1억9720만4020원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백화점 10층의 개인 물류창고에서 총 10억원이 담긴 상자 2개가 발견됐단다. 한 상자엔 1만원권 2억원,다른 상자엔 5만원권 8억원이 각각 들어있었다. 지난해 8월 30대 초반으로 짐작되는 남자가 맡겼으나 연락두절이란다. 보관 계약서에 적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는 가짜이고,휴대전화 번호로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니 미스터리다.

    돈은 많든 적든 꼭 필요한 곳에 쓰일 때 가치가 있는 법이다. 톨스토이도 '부는 분뇨와 같다'고 했다. 쌓여 있을 때엔 악취를 풍기고 뿌려졌을 땐 흙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다.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져 사회의 거름이 돼 왔다. 상자 속 현금 10억원의 용도는 뭘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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