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실업률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버냉키 의장은 9일 하원 예산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경제가 연간 4~5% 성장하면 실업률이 5~6%로 하락하는 데 4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현재의 성장 속도라면 실업률이 정상화되는 데 약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은 지난해 4분기에 3.2% 성장했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 두 달 동안 실업률이 0.8%포인트 하락한 데 대해 "실업 사태가 해소되고 있다는 낙관주의를 갖게 하는 일부 기초"라고 평가했다.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9.8%에서 올해 1월 9.0%로 떨어졌다. 그는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800여만명 가운데 100만명 정도만 취업에 성공했다"며 더딘 일자리 회복 속도를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미국 내 인플레 수준은 아주 낮다"면서 "물가가 급등하거나 경제가 급성장하면 6월 이전에 2차 양적완화 조치를 중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9년 2.4%에서 지난해 1.2%로 떨어졌다.

FRB가 주시하는 근원물가(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하고 산정한 물가) 상승률의 경우 2007년 2.5%에서 지난해 0.7%로 하락했다. 임금은 지난해 1.7% 오르는 데 그쳤다. 결국 버냉키는 오는 6월 말까지 6000억달러를 시중에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2차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