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와 존 도슨이 미로처럼 통로가 얽힌 상자에 생쥐를 가둬 놓고 어느 정도의 전기충격을 가해야 가장 빨리 출구를 찾는지 알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전기충격을 아주 약하게 하면 생쥐들은 천천히 돌아다녔다. 그러나 충격이 강해지고 고통이 커질수록 생쥐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생쥐에게 가장 큰 학습동기는 강력한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보상의 크기가 더 나은 성과를 낳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여키스와 도슨의 실험에서 전기충격의 강도가 매우 높아지자 오히려 생쥐들의 학습 속도는 느려졌다. 충격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머지 생쥐들이 미로의 어느 부분이 안전한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고,그 결과 미로의 규칙도 빨리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애리얼리 교수가 3명의 다른 대학 교수들과 함께 인센티브의 크기와 성과를 비교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도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게임을 하게 해 그 성과에 따라 하루치,2주일치,5개월치 임금에 해당하는 상금을 주기로 한 것.그 결과 가장 높은 수준의 상금을 제시받은 사람들의 성과가 가장 낮게 나왔다. '대박'의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내지 스트레스가 오히려 장애가 됐다는 얘기다.

애리얼리 교수는 《경제심리학》에서 이 같은 실험 결과를 소개하면서 "인간의 행동은 이성보다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경제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행동경제학 분야의 권위자인 그는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경제심리학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소장 학자다. 2008년에 낸 첫 책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행동은 비합리적이지만 그 행동 패턴은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해 각광받았다.

그는 이 책에서도 인간의 비합리성을 다루지만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는 점에서 전작과 다르다. 인간의 비이성적인 성향과 그에 따른 선택이나 의사결정이 초래하는 복합적인 작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할 수 있고,보다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상과 성과가 균형을 이루는 최적의 인센티브 조건은 무엇일까. 동기를 촉진하는 요소를 유지하면서 지나친 보상과 그로 인한 압박감으로 생산성을 저해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보너스의 수준을 낮추거나 보너스를 연봉에 포함시켜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소규모 보너스를 자주 주는 것,전년도의 성과를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라 장기간(예컨대 5년)의 평균적인 성과를 기준으로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 등의 대안을 생각해 보라고 저자는 제안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보너스 규모나 동기 부여에 관한 경영자의 판단부터 데이트와 같은 개인적인 판단까지 망라한다. 단순히 높은 임금보다는 직원들에게 일의 의미와 자부심을 찾아주는 게 낫고,소비자를 너무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항상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은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사람들이 편리한 완제품보다 반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자기가 만든 것을 과대평가하는 성향 때문이다. 고객들이 맞춤형 상품을 선호하는 것이나 누구를 설득할 땐 그 아이디어가 상대방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걸 부각시키는 게 유리한 것도 같은 까닭이다.

저자는 "사람은 영화 '스타 트렉'에 나오는 스팍보다 만화 주인공 호머 심슨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똑똑하고 분석적이며 이성적인 스팍이 아니라 실수가 많고 근시안적이며 속이 좁고 감정적인 심슨에 가깝다는 얘기다. 따라서 인간의 이런 불합리성을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극복해야 할 것을 파악해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