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위 운영…대항력 키워야
중산층 하부의 대표적인 주택점유 형태인 전세는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전제로 1960년대 후반 들어 대도시 내외에서 확산됐다.
인구총조사 자료에 의하면 전세로 사는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2.4%에 달하는 355만7000여 가구이고,이 가운데 아파트 전세가구는 137만2000여가구에 달한다. 임대차 계약기간 2년을 생각하면 매년 약 180만가구가 전세를 갱신해야 하는데 2009년부터 금년까지 오르는 전세금에 이들이 겪는 경제적 정신적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전 국민의 10%가 넘는 사람들이 전세가격 폭등에 직면해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이 연출되고,'반전세'니 '전세난민'이니 하는 달갑지 않은 신조어가 오르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세는 민간의 사적 거래로 형성된 것이라 뾰족한 대책이 없다"라든가,"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다 내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대책은 없다"라는 대답만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입자가 겪는 정신적 심리적 자괴감(自愧感)은 형언할 수 없을 것이며,자칫 우리가 살고 있는 자유민주사회에 대한 절망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떨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한편 특정 정파에서 전세보증금 인상 상한제를 도입해 연5%로 제한하자는 비현실적인 처방을 내놓고 있는 지경임을 생각한다면 전세시장의 안정을 회복해 우리사회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집 한 채나 방 한 칸을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사적거래로 이뤄지는 전세의 특성,전세입주자의 다양한 구매력 격차를 생각할 때 정부가 전세시장의 불안을 단기간에 진정시킬 수 있는 대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정부가 구사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전세시장 안정이라는 단일한 목표에 맞춰 구사하는'정책혼합(policy-mix)'적 접근으로 전세시장의 불안을 어느 정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어 대출을 통한 구매력 보강을 통해 전세시장에서 자가시장으로 넘어가는 수요를 유도함으로써 전세 수요를 덜어낸다. 둘째, 강북이나 수도권 인근의 2층 단독주택 1,2층별로 전세를 유도해 아파트 중심의 전세수요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셋째, 1억~1억5000만원 정도의 전세보증금을 보유한 계층의 경우 전세보증금 인상분에 대해서는 연 2% 수준의 대출을 2년 한시로 운영한다. 넷째, 보금자리 주택의 분양주택 물량을 5년 임대 후 분양전환하는 '분양조건부 임대주택'으로 바꿔 2년 후 임대주택 준공시 전세자금 대출계층에게 공급하고 5년 거주 후 분양전환을 통해 내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금자리 주택의 취지를 살리는 대책을 마련한다.
또한 전세시장의 불안정을 중앙정부 차원에서만 떠안을 것이 아니라 지자체도 일정한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대안으로 지자체가 '임대료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해 집주인의 불합리한 전세가 인상에 세입자가 일정한 대항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장성수 < 주택산업硏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