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사진)은 기름값 논란과 관련,"물가 관리에 나선 정부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국내 유가를 낮추려는 정책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10일 SK 서린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행복 추구가 SK의 기업 이념인데,이익 창출과 행복경영 이념 간 충돌이 일어날 경우 행복 경영이 우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름값 원가와 유통구조 조사 등 정부가 정유사를 대상으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가운데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이 기름값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주유소 공급가격 인하 등 구체적인 협조 방안과 관련,"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며 "지금 얘기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국내 석유제품 시장이 가격담합 여지가 높은 독과점 구조라는 정부 시각에 대해선 이견을 제시했다. "해석의 차이에 따라 담합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원가와 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 시장이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담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인천정유 매각 대상 아니다"

구 사장은 시장에서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 인천정유 처리와 관련,"매각보다는 신규 투자와 인천정유의 기존 설비를 이용해 사업 형태를 다각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작년 말까지 해외 파트너사들과 투자 방안을 논의했지만 파트너사들이 결정을 미루고 있어 정상화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정유는 2005년 SK이노베이션이 3조원에 인수한 정유 공장으로,작년 이후 시설 노후화 등으로 가동률이 50%를 밑돌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협상을 진행하던 해외 파트너사들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어 올해부터는 국내외 다른 회사들을 대상으로 사업 협력대상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대해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구 사장은 "지난해 대덕기술원에 상업생산 설비를 갖추면서 후발주자로서 핸디캡을 극복했다고 본다"며 "충남 서산에도 내년까지 일반 하이브리드카 500만대를 공급할 수 있는 500㎿h 규모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추가로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매출 120조원 달성 목표

2020년까지 120조원의 매출과 11조원의 영업이익 달성을 목표로 하는 2020 비전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대량 설비와 대량 생산으로 승부하던 과거 정유사 모습에서 벗어나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현재는 기존 사업인 정유 부문이 회사 전체 이익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5년 후만 돼도 이런 사업구조가 상당히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중간 지주회사가 된 SK이노베이션 밑에 소속된 해외석유개발(E&P) 부문과 글로벌 테크놀로지,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 · 종합화학 · 루브리컨츠 등 총 5개 사업이 2015년까지 각 부문에서 영업이익 1조원을 올릴 수 있도록 기술개발 투자 등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구 사장은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사업의 한계를 돌파할 미래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는 물론 그린폴(미래 친환경 플라스틱)과 그린콜(청정 석탄에너지) 등 신기술 사업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사업 · 기술 · 조직 문화 등 3대 혁신을 통해 글로벌 선도 종합에너지 · 소재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