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추진하는 전 · 월세 인상률 상한제는 '즉효'는 있을지 몰라도 전세난에 대한 근원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당장의 전셋값 상승세는 막을 수 있지만 전세 물량 감소와 각종 편법 · 탈법으로 전셋값이 재차 급등할 수 있어서다. 반면 주택 공급을 늘려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대책만으로는 전세난을 잠재우기 힘들다며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가격 통제 불가피한 현실

민주당과 일부 재야단체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뒷짐만 지고 있으면 지금의 전세난은 누가 책임지냐며 전 · 월세 상한제 도입을 주장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처럼 공정임대료를 기준으로 전셋값 급상승을 막는 제도는 임대차계약 신고 등 제도적 기반을 갖춘 뒤에야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현재로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기존 계약자가 계약을 2년 더 갱신할 수 있고 △계약 갱신 때 전 · 월세 보증금 인상폭을 연간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대책을 최근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렇게 되면 2년간 전세를 살아온 사람이 전세를 연장할 때 보증금 인상폭이 총 10% 내로 줄어들게 된다.

민주노동당은 더 강력한 상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최장 6년 범위에서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고 △계약 갱신 때 인상폭을 5% 내로 제한토록 했다.

현행 법에선 임대차 계약 기간(2년)에 주변 전셋값 급등 같은 사정이 생길 때 계약일부터 1년이 지난 뒤 5% 이내에서 올릴 수 있다. 계약이 끝나 재계약하거나 다른 세입자와 신규 계약할 때는 인상폭에 제한이 없다.


◆전셋값 급등 부추길 우려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 · 월세 상한제의 부작용이 심각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것이라며 상한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대학 부동산학과,경제학과 교수 7명과 주택산업연구원 등 연구소 관계자 3명 등 총 10명의 전문가에게 물어본 결과에서도 8명이 전셋값 상한제 도입에 반대했다. 찬성 입장을 밝힌 전문가는 2명에 불과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한제가 도입되면 집을 사서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줄어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이 위축될 게 뻔하다"며 "처음엔 전셋값이 진정되는 듯하다 다시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정 기간 거주 후 퇴거가 확실한 세입자만 선별해 입주시키는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개 · 보수 비용이나 각종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시키는 편법계약이 난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약서를 이중으로 쓰는 탈법도 우려된다. 김호철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인 우위 시장이어서 보증금을 상한선 이상으로 올려주고 계약서상에는 이보다 낮은 액수로 기입하는 '다운계약서'가 나올 수 있다"며 "계약 기간이 지나 전세금을 돌려받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은 "민주당 대책대로라면 임대인들이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받으려고 해 전셋값이 일시에 급등할 수 있다"며 "헌법상 사유 재산권 보호를 침해할 소지도 크다"며 전 · 월세 상한제 도입에 반대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