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뾰족한 방법이 있겠습니까.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유사에 기름값 인하를 압박한 지난 9일.정부의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는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수들이 석유가격 결정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큰 진전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유사 영업이익률은 2~3%"라며 "기름값이 ℓ당 2000원이면 세전가격은 1000원 정도이고 여기서 정유사 마진을 다 없애도 가격이 20~30원 낮아지는 건데,이 정도로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름값 인하 대책 마련의 책임을 진 TF 내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그는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 없이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유류세 인하에 소극적인 재정부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정유업계도 유류세 인하를 꺼리는 정부에 불만이 많다.

유류세 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2007년 말 발간된 한나라당의 대선 공약집 '일류국가 희망 공동체 대한민국' 78페이지에 "세계 최고 수준인 유류세를 10% 인하하겠습니다"고 적혀 있다. 서민 부담 경감 차원에서 유류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약속이었다. 76페이지에도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교통세와 등유에 붙는 특소세를 10% 인하하고…"라는 문구가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2008년 3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을 때 6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0% 인하했을 뿐이었다. 그 뒤로는 유류세 인하에 미온적이다. "유류세 인하는 비상 계획이 가동될 때나 취해지는 조치"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공약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높은 기름값의 책임을 정유사에만 미루고 정부는 뒷짐지는 모양새도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정유사들은 이자 빼고는 특별한 영업외 비용이 없을 것"이라며 "영업이익률이 3%대면 절대로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제가 원래 회계사다. 오랜만에 직접 원가 계산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도 했다.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석유가격 TF의 고민만 이래저래 더 커지게 생겼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