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새 2조5000억 매도…외국인 등 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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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상위株 위주로 팔아…옵션만기일에 '대탈출'
"악재가 악재로 보이기 시작"…1900대 중반까지 조정 가능성
"악재가 악재로 보이기 시작"…1900대 중반까지 조정 가능성
주식시장은 작년 12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기업들의 실적 둔화,인플레이션 압력,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악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큰 조정 없이 반등하는 탄력을 보였다.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이번 주에만 3.07% 급락하며 2000선 붕괴 초읽기에 들어가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이란 비관론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제 시장이 악재를 악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다.
◆외국인,시총 상위주에 매도 집중
코스피지수는 10일 37.08포인트(1.81%) 급락한 2008.50으로 마감했다. 전날 미국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자 약세로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이 사흘째 순매도를 강화하면서 낙폭을 늘려갔다. 이날 외국인은 1조997억원어치를 팔아치워 작년 11월11일 옵션만기일(1조3094억원) 이후 최대이자 역대 세 번째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이 8009억원,기관이 1182억원을 순매수하며 맞섰지만 지수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장 종료 직전 동시호가에 몰린 457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은 코스피지수를 추가로 끌어내렸다. 삼성전자가 2.50% 하락하는 등 정보기술(IT)주가 약세를 보였고 자동차 · 금융주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외국인 순매도가 시가총액 상위 주도주에 집중돼 지수에 대한 타격이 더 컸다.
그러나 옵션 만기가 이날 지수 급락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만기일 지수에 직접 부담을 주는 차익 프로그램 매물은 많지 않았다"며 "외국인의 비차익 프로그램 순매도가 막판 하락 요인이 됐지만 이 역시 평소 만기일에 비해 큰 규모는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선물 · 옵션 시장이 장을 흔들었다기보다는 현물시장의 외국인 매도가 직접적인 하락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외국인 매도 장기화할까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물폭탄'의 주된 원인으로 환율 변수를 꼽았다.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원화 강세가 예상돼 미리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미 환차익을 얻은 외국인이 서둘러 매도에 나서면서 기존 주도주가 흔들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금리 인상,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선진국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환율 변수가 차익 실현 욕구를 촉발했다는 설명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11 · 11 옵션쇼크를 일으킨 도이치증권에 대한 영업정지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외국인 심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11월 만기일 당시 청산 기회를 놓친 외국인이 이번엔 털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세계적인 투기자본가 조지 소로스의 운용 펀드가 공매도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며 시장에 불안감이 감지되기도 했다.
이번 외국인 매도가 이례적인 물량이었던 만큼 향후 시장에 대한 시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은 그동안 프로그램으로는 주식을 팔았지만 개별 주식 매매에선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는데 이날은 개별 주식도 5000억원 가까이 팔아치웠다"며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의 핵심 경제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 1월 두 달째 확실하게 꺾였다"며 "중국 물가 상승세가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되는 5월께까지는 글로벌 자금의 이머징마켓 이탈이 이어지고,한국도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심 연구원은 "이번 옵션만기일 조정으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며 "금통위 이후 환율 변수가 해소되면 외국인의 매도 강도도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윤/김유미 기자 oasis93@hankyung.com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이번 주에만 3.07% 급락하며 2000선 붕괴 초읽기에 들어가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이란 비관론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제 시장이 악재를 악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다.
◆외국인,시총 상위주에 매도 집중
코스피지수는 10일 37.08포인트(1.81%) 급락한 2008.50으로 마감했다. 전날 미국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자 약세로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이 사흘째 순매도를 강화하면서 낙폭을 늘려갔다. 이날 외국인은 1조997억원어치를 팔아치워 작년 11월11일 옵션만기일(1조3094억원) 이후 최대이자 역대 세 번째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이 8009억원,기관이 1182억원을 순매수하며 맞섰지만 지수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장 종료 직전 동시호가에 몰린 457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은 코스피지수를 추가로 끌어내렸다. 삼성전자가 2.50% 하락하는 등 정보기술(IT)주가 약세를 보였고 자동차 · 금융주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외국인 순매도가 시가총액 상위 주도주에 집중돼 지수에 대한 타격이 더 컸다.
그러나 옵션 만기가 이날 지수 급락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만기일 지수에 직접 부담을 주는 차익 프로그램 매물은 많지 않았다"며 "외국인의 비차익 프로그램 순매도가 막판 하락 요인이 됐지만 이 역시 평소 만기일에 비해 큰 규모는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선물 · 옵션 시장이 장을 흔들었다기보다는 현물시장의 외국인 매도가 직접적인 하락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외국인 매도 장기화할까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물폭탄'의 주된 원인으로 환율 변수를 꼽았다.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원화 강세가 예상돼 미리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미 환차익을 얻은 외국인이 서둘러 매도에 나서면서 기존 주도주가 흔들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금리 인상,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선진국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환율 변수가 차익 실현 욕구를 촉발했다는 설명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11 · 11 옵션쇼크를 일으킨 도이치증권에 대한 영업정지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외국인 심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11월 만기일 당시 청산 기회를 놓친 외국인이 이번엔 털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세계적인 투기자본가 조지 소로스의 운용 펀드가 공매도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며 시장에 불안감이 감지되기도 했다.
이번 외국인 매도가 이례적인 물량이었던 만큼 향후 시장에 대한 시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은 그동안 프로그램으로는 주식을 팔았지만 개별 주식 매매에선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는데 이날은 개별 주식도 5000억원 가까이 팔아치웠다"며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의 핵심 경제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 1월 두 달째 확실하게 꺾였다"며 "중국 물가 상승세가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되는 5월께까지는 글로벌 자금의 이머징마켓 이탈이 이어지고,한국도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심 연구원은 "이번 옵션만기일 조정으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며 "금통위 이후 환율 변수가 해소되면 외국인의 매도 강도도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윤/김유미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