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순익 883억 그쳐…1조 넘는 우리·신한과 대조
◆KB금융 4분기 2307억원 적자
KB금융은 지난해 7월 어윤대 회장이 취임한 직후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1조498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33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3분기에는 810억원의 흑자를 내는 데 그쳤고 4분기에는 다시 230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3.6% 감소했다.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은 112억원으로 전년 대비 98.2% 줄었고 4분기에는 21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B금융은 "작년에 쌓은 충당금 규모가 3조1473억원에 달한 데다 작년 말 실시한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이 6525억원이어서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CEO 교체 때마다 '빅배스' 현상
KB금융에서는 CEO 교체기 때마다 빅배스 현상이 나타났다. 김정태 전 행장이 1998년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김 전 행장은 그해 8월 취임 직후 5218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이로 인해 주택은행은 291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1년 뒤인 1999년에는 45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김 전 행장에 이어 국민은행장이 된 강정원 전 행장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 전 행장은 2004년 11월 취임했고 그해 4분기 국민은행은 3184억원의 적자를 냈다. 연간 기준으로는 36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듬해 당기순이익은 2조2522억원으로 불어났다.
빅배스는 금융회사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KT는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2009년 6000여명을 퇴직시키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 해 영업이익은 9664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작년 영업이익은 2조533억원으로 117% 증가했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영자들이 단기업적주의에 매몰되다 보면 취임 초기 대규모 적자를 낸 뒤 얼마 동안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신임 CEO의 경우 다음해 발생할 비용까지 반영해 결산하는 모럴해저드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우리 하나 기업 외환,순이익 1조 클럽
KB금융을 제외한 금융사들은 작년 양호한 실적을 냈다. 신한금융은 2조3839억원의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1조2420억원으로 전년보다 2160억원(21.1%)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대손충당금을 2조8270억원이나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당기순이익 1조원을 넘었다.
하나금융은 2007년 이후 3년 만에 당기순이익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30% 증가한 1조108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행과 외환은행도 각각 1조2901억원과 1조55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작년 말 현재 4대 금융지주의 총자산은 KB금융이 326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금융 총자산은 196조원이었지만 외환은행(115조1000억원)과 합치면 31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태훈/정재형 기자 beje@hankyung.com
◆ 빅배스(big bath)
사전적으론 '목욕을 세게 해서 몸에서 더러운 것을 없앤다'는 뜻이다. 기업이 부실자산을 한꺼번에 정리해 특정연도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부실자산을 숨기고 이익을 부풀리는 분식회계의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새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할 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