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의 일환으로 한국제도 · 경제학회가 10일 오전 서울 흑석동 중앙대 법학관에서 '우리사회 그렇게 불공정한가'를 주제로 학술 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서는 김영봉 중앙대 경제학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정사회'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과도한 친서민 · 복지는 부작용 키워

김 교수는 "정부가 최근 쏟아내고 있는 친서민이나 복지 같은 '경제적 공정'의 개념에는 정치인이 시장보다 더 공정하게 자원과 기회를 배분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전제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이기적인 정치인들보다 훨씬 남을 배려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금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시장 불신의 공정사회 열풍에 빠져 있다"며 "무상 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는 복지가 필요없는 사람들에게도 억지로 수혜를 안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역시 소비자 권익에 반하는 대표적인 규제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오늘날 복지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정부와 정치인"이라며 "너무 과도한 복지 정책은 의존적이고 불성실한 국민을 양산해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정치인들이 만드는 서민의 권리는 미래 세대가 갚을 빚"이라며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에 공정의 이름을 얹으면 진짜 정의를 거부하는 사회적 풍조를 만들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겸 경제교육연구소장은 "인구 10%가 전체 부동산의 98%를 소유하고 있다는 식의 잘못된 자료들이 한국은 불공정사회라는 잘못된 인식을 주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공정은 법 앞의 기회 평등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서울대 경제학 겸임교수)은 공정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이란 경제적으로 다른 것을 다르게,같은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이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불공정"이라고 강조했다. 즉 공정의 개념을 '차별적 정의'로 해석해야 경제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좌 원장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기회 균등은 같은 '결과'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같은 기회가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시장의 본질이라는 것.따라서 기회 균등을 실질적 혹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법 앞의 기회 평등'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인 복거일씨도 "언어의 혼란과 왜곡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민중주의적인 정책들을 낳고 있다"며 "민주주의가 출범한 이후 이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좌 원장은 "결과 평등 위주의 재분배 정책이 많아지면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유럽의 실패한 복지를 답습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분배 정책을 강조하면 나눠야 할 부가 창출되지 못하고 결국 하향 평준화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다. 좌 원장은 "만병은 실업에서 오는 것으로 경제발전 정책으로 일자리 문제를 푸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 교수는 "시장 경제가 바로 가장 공정한 사회"라며 "시장은 소득과 소비를 어느 정도 평준화시키는 자체 조절 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도 책임져야 공정사회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민주사회의 정치적 권위와 결정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절차 외에 결과에도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에 뽑혔다는 사실만으로 국회의원 등 대표자가 정당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며 "실적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환과 탄핵을 매번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비판과 문제 제기를 하는 풍토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규재 소장도 "대부분의 독재국가도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며 "절차만을 중시하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민들의 비판 시스템이 잘 갖춰지면 대표자들은 설득과 대화를 위해 권위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안대규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