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구 광주 대전은 요즘 현수막으로 뒤덮여 있다. 도로,육교,나무 등 현수막을 걸 수 있는 곳에는 예외없이 동남권 신공항 및 과학벨트 유치와 관련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10일 현재 부산 전역에 내걸린 현수막만 약 5000개에 달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두 유치전과 관련한 현수막을 모으면 전국적으로 2만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이 현수막 경쟁

부산은 1960년대 중국 홍위병 현수막을 방불케 할 정도다. "신어산 추락사고(밀양) 잊었나. 첩첩산중에 공항이 웬말인가"라는 경쟁 후보지 비난글이 가득하다. 가로등에 부착하는 홍보물인 배너도 700개에 달한다. 광고탑 10여개에도 신공항 홍보물을 걸어놓고 있다. 부산은 이미 이런 홍보비로 10억원가량을 썼다.

대구 경북 경남도 마찬가지다. "동남권 신공항은 밀양이 정답"이라는 취지의 현수막이 대구에 3000여개,경북과 경남에 2000여개씩이 걸려 있다. 경남도와 대구시,경북도도 5억~8억원가량의 예산을 홍보책자와 현수막 제작에 썼다. "부산에 비해 현수막이 너무 적다는 지적에 따라 버스와 택시에 범시민신공항추진위원회 명의로 된 스티커를 부착키로 했다"고 강주열 영남권신공항 밀양유치 결사추진위원회 본부장은 말했다.

지역 정치인을 협박하는 문구도 눈에 띈다. "신공항 안 되면 정치인은 각오하라" "정치권은 뭐하노,표로써 심판하겠다" "신공항 못하면 고향에도 오지 마라"는 섬뜩한 문구 천지다. 부산의 K의원은 "솔직히 무섭다. 지역 상공회의소가 더 극성"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대구 경북 국회의원들이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을 방문한 것도 이런 압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양측은 또 각종 세미나와 지역포럼,지자체 지원시위,1000만명 서명운동도 펼치고 있다.

◆대전-광주도 만만치 않다

대전과 광주에는 '과학벨트 현수막'이 눈을 어지럽힌다. 웬만한 도로 옆은 정부를 협박하거나 경쟁 지자체를 비난하는 글로 도배돼 있다. 대전에는 1000여개,광주에는 500여개가 내걸렸다.

과학벨트를 놓고 다투는 대전과 광주는 신공항 경쟁 못지않게 열기가 뜨겁다. "공약을 이행하라"는 현수막 외에 대덕특구 기관장을 내세워 각종 조찬간담회와 연찬회의,추진협의회 회의가 열린다. 대전,충남북 시 · 도지사는 조만간 청와대와 총리실,교육과학기술부를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오는 15일엔 광역,기초의원 470여명이 국회의사당에 집결해 과학벨트 충청권 사수대회를 열기로 했다.

광주는 장내 투쟁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호남권 유치를 위한 국회포럼을 열었다. 호남 출신 의원들은 지역 유치를 위해 국제과학비즈니스 지원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너무 과열이다"

이런 열기 덕분에 현수막 업체와 각종 회의장은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부산지역의 P업체는 "국회의원 선거 때보다 낫다"며 "하루에 5개를 제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자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자체 단체장들이 유치전을 홍보기회로 보고 과도하게 예산을 쓴다는 지적이다.

부산=김태현/대구=신경원/대전=백창현/광주=최성국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