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곡물 가격급등과 수출제한 등 전 세계적인 식량대란이 발생하면 한국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그러나 현재 상황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물량을 구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올해 필요한 곡물 수입량의 절반가량을 이미 확보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밀은 48%(169만t),옥수수는 47%(401만t),콩은 37%(45만t)를 현 · 선물 계약으로 구해놓았다. 민연태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도 따라서 줄어들기 때문에 물량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물가에는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제 곡물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국내에 비축해 둔 곡물이 쌀 이외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쌀은 정부가 약 70만t을 보유하고 있지만 옥수수 밀 콩(대두)등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은 정부 비축물량이 전혀 없다. 정부는 국내 식품가공업체들이 필요한 곡물의 6개월치 정도를 자체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정확한 민간 비축물량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 농업연구소 GS&J의 이정환 이사장은 "쌀시장 개방 유예에 따른 의무수입물량과 풍작으로 남아도는 쌀만 비축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전 세계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곡물비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곡물 보관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비축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며 "수급 예측을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곡물 비축보다는 수입선 다변화 등에 우선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곡물 수입은 미국 중국 호주 등에 집중돼 있어 위험을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메이저 곡물회사를 통하지 않고 직수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